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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쓰레기 쌓이는데…‘썩는 플라스틱’ 기술 왜 썩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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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용기의 배출이 급증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용기의 배출이 급증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으로 인한 ‘백색 오염’이 현실화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만으로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면 ‘썩는 플라스틱’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폐플라스틱 16% 늘어 #재활용 역부족, 생분해 필요성 #국내 인증등급 적고 절차 복잡 #연구 기업들, 시장 확대 어려움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음식 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올해 1~7월 누적 8조6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나 급증했다. 배달음식 이용에 비례해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과 비닐 등 생활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루 평균 약 850t 나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면에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정도인데 플라스틱 생산속도는 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재활용만으로는 결코 쓰레기를 줄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이오 플라스틱에 속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흙이나 바닷물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썩지는 않지만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자연소재로 만든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일례로 스타벅스에서 바나나 포장재로 사용하는 얇은 비닐이 폴리락틱산(PLA)라고 불리는 미국산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3~4개월이면 땅에서 분해되는 농업용 비닐을 만들었는데 전남·강원·충북·경기 등 농가에서 쓰인다.

생분해도 등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생분해도 등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 조건과 쓰임새에 따라 ▶산업용 ▶가정용(뒤뜰매립) ▶토양용(밭이나 산림) ▶해양용으로 구분된다. 산업용은 특정 온도 등을 갖춘 별도의 퇴비화 설비가 필요하지만, 가정용부터는 별도의 설비가 없어도 6~24개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땅은 물론 바닷물에서도 6개월이면 90% 이상 분해되는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2018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23년 61억 달러(약 7조1000억원)로 연평균 15.1% 고성장할 전망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추세에 맞춰 LG화학과 SKC·SK종합화학·CJ제일제당·대상 등 다수의 기업이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부는 제품을 내놨지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의 정책이 재활용에 맞춰져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산업용 생분해(EL724)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용은 58도의 온도와 퇴비·미생물 등 특정 조건을 갖춘 설비에서 분해되는 등급이다. 논밭이나 바다 등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 해도 마땅한 등급이 없는 셈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담당하는 인증절차도 복잡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장 부지가 없으면 인증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 익명을 원한 바이오사업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선 다수의 민간 기관이 인증을 담당하고, 샘플만 보내 성분 함량을 기준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3~4배 이상 많고, 기간도 해외(약 6~9개월)보다 9~18개월로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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