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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달라” 했을 뿐인데…폭언 시달리는 아르바이트생

중앙일보

입력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자 덩치 큰 손님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왜 써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무섭더라고요.”

PC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을 자주 접한 아르바이트생 황모(21)씨의 하소연이다. 황씨는 “마스크가 없으면 입장을 막지만, PC 이용을 하다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는 손님이 절반쯤 된다”며 “손님에게 마스크를 다시 써달라고 요청했더니 ‘걸렸네'’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카페 이미지. [중앙포토].

카페 이미지. [중앙포토].

‘노(NO) 마스크족’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이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가 다툼에 휘말리거나 위협을 당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남양주시 개인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8)씨는 “한 중년 손님에게 ‘마스크 써달라’고 부탁드리자 ‘마스크 쓰고 어떻게 음료수를 마시냐’고 크게 소리쳐서 4번 정도 비슷한 말을 반복했던 적이 있다”며 “이런 요청을 할 때면 겁이 나서 최대한 활짝 웃으며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마스크 미착용자 난동 사건이 불안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지난달 29일 홍성군 한 편의점에서는 30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는 편의점 주인에게 욕설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PC방 아르바이트생 최모(21)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욕하고 때리는 사례가 잦아 마스크를 다시 써달라고 안내하기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알바생 “코로나 감염 우려”

위협을 떠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전파도 우려했다. 올 초 서울 노원구 커피 전문점에서 10개월 동안 일한 조모(23)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 때문에 또 다른 손님이 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그 여파로 우리 가게가 문 닫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도 “마스크 안 쓴 손님이 방문하면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소독을 철저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빼놓은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빼놓은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 8월 경기 파주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 66명이 집단 감염됐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매장 이용객 대부분은 출입 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좌석에 앉은 뒤론 대다수가 마스크를 벗거나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눴다. 지난달 초 16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에서도 초기 확진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자에 분풀이…공공의식 키워야”

전문가들은 일부 소비자가 상대적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분풀이한다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님은 왕’이라는 기존의 사회 인식과 더불어 코로나 19 국면이 길어지면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받는 고객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방역 지침은 서비스와 별개여야 하지만 사실상 분리가 안 돼 서비스 노동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질서 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은 국가 방역을 위한 일인데도 이를 단순히 ‘자유를 옭아매는 행위’로 본 일부 고객이 폭언·폭행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마스크 미착용자를 법률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공공질서 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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