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봉쇄(lockdown)를 진행하거나,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코로나 팬데믹 속 화두로 떠오른 ‘녹색 회복(Green Recovery)’ #도시 봉쇄로 온실가스 감소했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침체 면치 못해 #한국판 뉴딜 5년 간 160조 원 투자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에너지 거래 등에 빅데이터 활용을
공장 가동이 줄고, 교통량이 줄면서 세계 각국의 대기오염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우한의 경우 2015~2019년 춘제(春節)를 포함한 3주간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오염도보다 올해 봉쇄 기간에는 ㎥당 23.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32.4%가 감소했다. 지난해 가을 ‘가스실’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인도 델리의 경우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개선됐다. 한국도 지난 3월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20.39㎍으로 지난해 3월의 37.37㎍/㎥보다 45%가 줄었다.
온실가스도 감소했다. 지난 4월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온라인판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도시 봉쇄로 인해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0% 이상 줄어 전체적으로 3억9000만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봉쇄 기간에는 교통량 감소로 평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4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도 지난 2월과 3월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1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봉쇄로 환경은 개선됐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는 침체를 면하지 못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나은 성적을 얻었지만, 2분기 마이너스 3%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각국은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지난 7월 경제를 되살리는 데 7500억 유로(약 1030조원)를 쏟아붓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선됐던 환경은 도시 봉쇄가 풀리고,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서 곧바로 종전 상태로로 되돌아갔다. 봉쇄 기간에 전 세계에서 줄인 온실가스는 2030년 기준으로 지구 기온을 겨우 0.01도 낮추는 데 그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으로부터의 회복과 더불어 기후 재앙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이 화두로 등장했다. 녹색 회복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재생에너지 산업, 녹색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경제·산업 시스템의 대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그린 딜’의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에서도 2018년부터 민주당을 중심으로 탄소배출 제로 달성과 소외 계층 보호를 위한 일자리 창출 등 정의로운 전환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 정부도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삼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한국을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도약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한국판 뉴딜 중에서도 그린 뉴딜은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어린이집·보건소 등 노후 건축물 23만호를 제로 에너지화해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에 나선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태양광·풍력·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전체 에너지 소비가 제로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선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고, 노후 경유차 116만대 조기 폐차를 지원한다.
하지만, 그린 뉴딜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유진 지역에너지 전환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그린 뉴딜은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탈 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린 뉴딜 각 세부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야 다음 정권에서도 그린뉴딜에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노후 수도관에 누수 확인 센서만 달아서는 안 되고, 노후관을 교체한 후 센서를 달아야 누수가 방지되는 것처럼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따로따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건축물 리모델링할 때 건물이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고 생산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여기서 나온 빅데이터를 에너지 거래 등에 활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지역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선택, 상향식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