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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희생” 춘천 의암호 기간제근로자 ‘눈물의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달 6일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 3명의 영결식이 열려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달 6일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 3명의 영결식이 열려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숨졌거나 실종된 춘천시청 기간제근로자 3명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춘천시장(葬)으로 엄수됐다. 사고 발생 46일 만이다.

이들은 지난달 6일 오전 의암호에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갔다가 선박 전복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근로자 두 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실종 근로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이후 40여일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춘천시에 수색 종료를 제안해 이날 함께 영결식을 하게 됐다.

이날 공무원과 시민 등 100여 명의 참석자는 수척해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침묵으로 위로했다.

장의위원장인 이재수 춘천시장은 “그 매서운 물살을 뚫고 누가 감히 구조에 나설 수 있을까요. 분명 의로운 희생입니다. 숭고한 살신이었습니다”라며 “기억하겠습니다. 성심으로 예우하겠습니다”고 조사를 전했다.

고인들의 한 동료는 “폭우와 커다란 댐 수문 앞에서도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의연히 돌진했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승에서의 좋은 기억만 가지고 근심, 걱정 없이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어. 하늘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추도했다. 또 “모닝커피를 함께하던 평범하던 일상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유가족은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담아두기만 했던 마음 이제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가족 곁에서 영원히 살아 계셔 주세요”라고 울먹였다.

실종자의 딸은 “세상 무엇보다 든든한 편이 돼 한없는 위로와 웃음으로 안아주셨던 그 살가움도 너무 그립다”며 “마지막까지 보여주셨던 숭고하고 귀한 희생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더욱더 반듯하게 자라 더 큰 그릇이 되어 세상을 담고 살펴 가려 합니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영결식이 열리는 동안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참석자들도 곳곳에서 흐느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영면을 기원했다.

의암호 선박 참사는 지난달 6일 오전 11시 34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선박 3척이 전복되면서 7명이 실종돼 1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중 기간제근로자 5명이 탔던 환경감시선 탑승자 중에선 2명이 구조되고, 나머지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1명은 46일이 넘도록 발견되지 않았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달 6일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 3명의 영결식이 열려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달 6일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 3명의 영결식이 열려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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