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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집에서 하세요…금융권, 비대면 헌금서비스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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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도 광주에 사는 개신교 신자 김모(28)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3주 연속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니던 교회에서 ‘온라인 헌금’을 내는 방법을 안내받았다. 김씨는 “평소에도 유튜브로 설교 영상을 보곤 했지만, 헌금을 온라인으로 하는 건 처음”이라며 “헌금 종류별로 쉽게 이체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비대면으로 헌금할 수 있는 '디지털성금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비대면으로 헌금할 수 있는 '디지털성금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은행

십일조도, 선교 헌금도 모바일로 하는 시대다. 모바일 금융거래가 일상이 되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종교 모임이 크게 줄면서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막상 써본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헌금 용도별로 각각 다른 계좌로 입금해야 하고, 교회 역시 계좌를 따로따로 관리해야 한다.

시중은행이 이 빈틈을 파고들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디지털성금서비스’를 출시했다. 핵심은 ‘헌금바구니’다. 성도가 교회 방문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으로 헌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기능이다. 헌금 봉투의 색상이나 성경 문구를 설정해 실제 헌금 봉투를 보내듯 헌금을 낼 수 있고, 기도 제목도 작성할 수 있다. 교회가 국민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하면 서비스가 개설된다.

별도 앱 설치 없이 QR코드로도 가능  

국민은행에 따르면 약 2주 만에 17개 교회에서 이 서비스 이용을 신청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국 283개 교회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회뿐 아니라 타 종교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도 14일 비대면 헌금 납부 서비스인 ‘하나원큐 모바일 헌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별도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문자메시지나 교회 홈페이지, QR코드 등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송금‧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도 적용했다. 하나은행 계좌뿐 아니라 타행 계좌를 이용하는 교인도 별도의 로그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역시 헌금 종류별로 기도문이나 감사 메시지를 직접 등록하면 된다.

교회 입장에서도 헌금 관리가 훨씬 편리해졌다. 하나은행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집계된 데이터를 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적정보시스템과 재정관리시스템에 연계해 기부금 연말정산을 도와준다. 우리은행 역시 연내 100% 비대면으로 헌금이 가능한 모바일 헌금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3월부터 교적관리 앱에서 카카오페이로 헌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교적관리 앱 캡처

카카오페이는 지난 3월부터 교적관리 앱에서 카카오페이로 헌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교적관리 앱 캡처

금융권이 비대면 헌금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건 헌금시장의 규모와 관계가 깊다.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한해 국내 헌금 규모는 수천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게다가 헌금은 주기적으로 낸다. 은행 입장에선 모바일 헌금 서비스를 내세워 대형교회와 제휴하면 많은 수의 교인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헌금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생겼다”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가 내년 초쯤 사업자를 선정할 ‘마이데이터’ 사업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교회‧성당 등 종교단체의 재정정보는 그간 금융권에 잘 잡히지 않던 희소한 정보 중 하나다. 해당 정보를 활용하면 국내 수만 개에 달하는 교회의 재정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실제 해당 서비스를 목표로 교회 행정 관리 업체와 제휴를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3분기 중으로 ‘스데반정보’ 외에 ‘교회사랑넷’, ‘오직’, ‘웹처치’ 등을 이용하는 교회도 카카오페이를 통한 온라인 헌금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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