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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미애다’ 꽃바구니 행렬 VS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메세지가 적힌 꽃바구니가 14일 경기 과천 법무부 앞 계단에 놓여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메세지가 적힌 꽃바구니가 14일 경기 과천 법무부 앞 계단에 놓여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아들이 군 휴가 특혜를 받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추 장관을 옹호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상에서 “#우리가 추미애다”라는 해시태그(#·검색을 쉽게 하는 기호)를 달고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펼쳐지기 시작했다. 반면 추 장관 비판자들과 국민의힘 등 야당은 '내가 당직사병이다'라는 캠페인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처럼 온라인 여론이 여야 진영 논리를 따라 둘로 쪼개지고 있다.

秋 장관 지지자, “작은 응원이 반격의 시작”

16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뒤로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가 보인다. 뉴시스

16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뒤로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가 보인다. 뉴시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는 추 장관을 수신인으로 배달된 꽃바구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전 9시 전후로 법무부 청사 입구로 꽃바구니가 배달되고 있다”며 “배달된 꽃바구니는 관계자가 모두 수거해서 장관실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낸 꽃바구니 리본에는 “우리가 추미애다” “힘내세요 추다르크” “촛불하나 더하기”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러한 ‘꽃바구니 보내기’는 지난해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를 비롯해 딴지일보 등 친여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주도하고 있다. 추 장관 지지자들은 이곳에서 “장관님이 출근하실 때 보실 수 있도록 법무부 청사 입구로 꽃바구니를 보내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출근길 응원 릴레이’인 셈이다. 한 지지자는 “꽃 선물이라는 행위는 비록 작을지라도 그 마음가짐에는 간절함이 깃들어있다”며 “한국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추 장관님에게 매우 큰 정신전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했다.

커뮤니티에서는 꽃바구니 보내기 독려 게시글과 각종 정보도 공유되고 있다. 한 지지자는 “꽃바구니 보내기 십시일반 합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1000원씩 모아 꽃바구니를 보내자”고 제안하며 “추미애 장관님을 흔들 때 우리의 작은 응원들이 이 공격을 이겨낼 반격의 시작이 된다. 더 큰 힘을 보태어 응원합시다”고 적어 꽃바구니 보내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해당 글에는 9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와 사퇴를 둘러싼 논란 당시에도 지지자들이 '#꽃보다조국' 이벤트를 열고 조 전 장관에게 꽃바구니를 보낸 바 있다.

야당, '내가 당직사병이다'

야당에서는 이러한 추 장관 지지자들의 옹호에 맞서 “내가 당직병이다” 등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내가 추미애다’ 캠패인을 한다던데 우리는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을 한다”고 적었다. 하 의원은 “추 장관과 당직사병 중에 누가 대한민국의 공정 가치를 대변하고 누가 특권을 대변하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오늘은 내가 당직사병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글귀를 직접 붓으로 적어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야권 지지자들도 당직사병 옹호에 나섰다. 한동훈 검사장 팬클럽 ‘위드후니’는 지난 13일부터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제보자인 당직사병 A씨를 향한 허위사실 유포·개인정보 공개·모욕적인 발언·욕설 등의 악플을 수집 중이다. 팬클럽 운영자는 “추 장관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진 검찰과 검사들의 모습이 다시 재현되는 아픔을 느낀다”며 “공익제보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법률적 조치를 지체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증거수집을 도와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000여건의 악플을 수집하면 현씨에게 전달해 관련자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 등을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대결 구도의 정치문화’라고 설명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반공과 지역갈등 등 역사적으로 형성된 대결구도의 정치문화가 여전하다”며 “민주화 이후 대중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났지만 대결구도의 정치문화가 여전한 상황에서 민주적 참여가 아닌 오히려 진영 구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옹호 발언과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 등의 행태는 결국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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