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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박원순 피해자·피해호소인 출제, 사건 파악 능력 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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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연합뉴스]

취재기자 공채 필기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 호칭으로 ‘피해호소인’과 ‘피해자’ 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냐”를 물어 논란을 일으킨 MBC가 14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14일 MBC 정책협력부 박건식 부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문제의 출제 취지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한 것”이라며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전혀 평가 사항이 아니고 MBC의 관심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다. 박 부장에 따르면 논술 문제의 출제와 채점은 모두 MBC 보도국에서 맡는다.

MBC는 13일 치러진 신입 취재기자 부문 논술시험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라는 논제를 출제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사 지망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논제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박 부장은 “어떤 호칭을 선택했든 그 사이의 논리적 사고와 전개 능력, 혹은 과정을 보고자 한 것이 평가 취지의 핵심”이라며 “이쪽은 안되는 말인데 문제 테이블에 올린 거 자체가 불쾌하다, 부적절하다 하는 것은 원래 출제 취지와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요즘 단편적 일반 상식만 너무 많이 공부하는 것 같아 좀 현안을 깊숙하게 본 친구들이 그래도 낫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기자는 자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들어봐야 되는 직업이다. 객관성은 정량화하기 어렵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입장이 다른 다양한 소스로부터 들어서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BC 내부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보수 성향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은 14일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MBC 보도 행태로 미루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된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논술 문제 논란은 일부 MBC 구성원들의 왜곡된 성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2019년 말 회사 고위간부가 여사원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사건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사내 문제로 끝내고 말았다. 문책의 형평성뿐 아니라 나쁜 선례가 잘못된 의식을 만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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