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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노조, 前관세청장·국책은행장·신동주 무더기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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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면세점 선정 과정의 비리'에 따른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 결정 여부를 앞둔 지난해 11월 면세점 앞 풍경. 관세청은 결국 특허 유지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관세청이 '면세점 선정 과정의 비리'에 따른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 결정 여부를 앞둔 지난해 11월 면세점 앞 풍경. 관세청은 결국 특허 유지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노조가 지켜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다. 외부 세력이 일자리를 놓고 흥정한 댓가로 사익을 추구하며 노사 상생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강석윤 롯데노조협의회 의장)

롯데노조협, 면세점 탈락 관련자 고발 #"노조가 지켜야 할 최우선은 일자리" #"사익을 위해 일자리를 놓고 흥정" #"일자리와 경영에 외부 세력 개입이나 #결탁을 통한 흔들기는 용납 안 돼"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지원…이례적

롯데노조협의회(이하 롯데노조협)가 박근혜 정부 당시 관세청장 2명과 전 산업은행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법 위반, 업무방해, 권리행사 방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서다. 롯데노조협은 롯데그룹 산하 20개 노조 위원장의 협의체다.

롯데노조협은 고발장을 통해 "2015년 롯데월드 면세점 재허가를 놓고 사업자 심의를 하며 의도적으로 점수를 적게 주는 방식으로 탈락시켜 직권을 남용하고, 이를 기획·청탁·실행했다"는 입장이다. 강 의장은 "이로 인해 롯데그룹 10만 노동자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당사자인 노사가 아닌 정치권과 정부를 비롯한 외부세력이 결탁한 일자리 위협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올해 3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 막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올해 3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 막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고발장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민 모 전 산업은행장과 면세점 탈락을 위한 L프로젝트 추진 계약을 맺고 호텔롯데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진행 과정에서 287억원의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L프로젝트를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계약상 자문료는 287억원이었다. 민 전 행장은 이중 182억을 받았으나 이후 신 전 부회장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나머지 계약금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강 의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롯데월드 면세점의 재허가였는데, 이게 무산되면서 경영 불안은 물론 일자리까지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2016년 상장을 하려 했으나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롯데월드 면세점 허가를 재취득하지 못해 무산됐다.

롯데노조협은 또 "L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K·C 전 관세청장이 사업자 심사에서 평가점수를 적게 주는 방법으로 직권을 남용하고, 국회 등에서 문제가 되자 관련 기록물을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감사원의 감사에서 평가점수가 과소 부여된 잘못을 지적한 당시 보도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강 의장은 "롯데노조는 위기 때 빛을 발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내가 사는 터전이 위협받으면 상생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롯데에 몸담아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법적 투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노조의 경영권 개입이 아니다. 내 터전, 내 집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집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한 행위다"라고 덧붙였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롯데노조협을 지원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롯데월드 면세점 탈락은 인허가권을 쥔 정부의 개입 의혹사건이자 개인의 사익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표적 노동적폐 사건"으로 규정하고 "면세점 탈락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은 것에 대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필요할 경우 법률원 등을 통해 롯데노조협의 고발 사건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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