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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닮은 캐릭터? 네이버 웹툰 이번엔 여중생 강간·고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선정성 논란으로 문제가 된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 [네이버 캡쳐]

선정성 논란으로 문제가 된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 [네이버 캡쳐]

네이버 인기 웹툰 기안 84의 ‘복학왕’에 이어 이번엔 ‘헬퍼2:킬베로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성폭력 및 불법 성착취 등 비인간적 묘사가 빈번히 등장해서다. 헬퍼2는 가상의 도시 가나시(市)를 배경으로 하는 격투 만화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2016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시즌2를 연재하고 있다.

웹툰에서 여성 혐오 묘사 빈번  

‘헬퍼 마이너 갤러리’에는 최근 해당 웹툰에 나온 여성혐오 표현을 16가지로 추려 지적하는 공식 성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약물로 정신을 잃은 뒤 강간ㆍ살해당하는 성매매 여성, 해수욕장에서 납치당해 인터넷 생중계로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여중생들, 노인 여성에 대한 잔인한 고문 등 여성의 성적 대상화 장면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같은 장면이 지금까지 연재된 247회 중 23회분에 포함돼 있다.

연예인을 닮은 여중생 캐릭터를 등장시켜 성착취 내용을 다룬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쳐]

연예인을 닮은 여중생 캐릭터를 등장시켜 성착취 내용을 다룬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쳐]

특히 헬퍼2는 연예인을 닮은 여중생을 등장시켜 성착취 장면을 다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가 되는 캐릭터는 웹툰 속 ‘이지금’이라는 인물이다. 가수 아이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dlwlrma(이지금)’을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인터넷 생중계로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여중생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가수 BTS의 RM과 비슷한 ‘잽몬’, 위너의 송민호를 연상케 하는 인물 ‘마이너’ 등이 나온다.

#여성 혐오 멈춰야_해시태그 운동   

13일 논란이 거세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등급제한이 있는 만화지만 성인 독자가 보기에도 선정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이용자는 “19금이라는 등급 제한은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혐오적 연출을 마음껏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여성혐오 범죄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고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인권 위에 창작의 자유를 말하지 말라”고 글을 적기도 했다.

SNS상에서 벌어진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 해시태그 운동. [트위터 캡쳐]

SNS상에서 벌어진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 해시태그 운동. [트위터 캡쳐]

이에 대해 네이버 웹툰 측은 “18세 이상 관람 가능한 작품이라 수위가 높은 편”이라며 “심각한 수준의 선정적ㆍ폭력적 장면은 작가에게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검열로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책에 대해선 “네이버는 웹툰자율규제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정적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이 담지 못하는 세세한 장면은 향후 네이버에서 사회적 민감도에 따른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웹툰 선정성 논란은 헬퍼2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성평등진흥원)이 2018년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웹툰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인기 웹툰 다수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 내용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양성평등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 연재되는 웹툰 작품 중 조회 수가 높은 36편 중,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보다 약 5배 많았다.

"작가도 성적평등 인지해야" 

전문가는 웹툰업계가 소비자와 긴장감을 유지하며 자정능력을 길러야한다고 조언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웹툰에 대한 법적 제재가 들어가면 스토리텔링의 창작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소비자와 작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웹툰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지 않으면 작가도 이를 인지하고 바꾸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단체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젠더 문제에 대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균형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생겨났다”며 “작가도 관련 내용을 인지할 수 있게 플랫폼에서 3단계 스트라이크제를 도입해 독자의 반응을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상민 만화평론가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영상진흥원, 그리고 사업자인 네이버에서 목소리를 내서 함께 공론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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