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2명중 1명 `왕따' 만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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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2명중 1명 가량이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을 받거나 친구를 따돌리고 있으며, 이들이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하는 비율은 정상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성심병원 김영신(정신과) 교수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6월 서울과 안양의 2개 중학교 학생 1천669명을 대상으로 추적 설문조사를 벌여 23일 발표한 `집단 따돌림의 정신병리학적 연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반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62.7%인 1천4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친구들에 의해 `왕따'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46.8%인 781명, 가해자는 39.9%인 666명이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분류된 학생도 401명으로 24.0%나 됐다.

특히 전체 학생 가운데 30.9%인 516명은 두차례 조사에서 모두 피해학생으로, 26.2%인 437명은 가해학생으로 각각 지목되고, 이들 가운데 206명은 만성 피해자 겸 가해자로 분류되는 등 `왕따' 경험이 만성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학생은 만성적으로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하려는 경향 또한 높아 정상학생의 경우 시도율이 1.8%에 불과한 반면 만성 피해자는 4.1%, 만성 가해자는 3.7%, 만성 피해자 겸 가해자는 3.0%에 달했다.

조사에서는 이밖에 만성 피해자나 가해자, 피해자 겸 가해자가 되는 비율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에서 더 많았으며, 경제적으로는 상류나 하류계층이 중간 계층보다,형제 중에는 첫째나 독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교수는 "조사 결과, 집단 따돌림이 학년이나 반이 바뀌는 것과 같은 단기간 변화에 의해서는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대인관계를 통해 건강히 발달할 수 있도록 예방 및 치료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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