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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못버틴다" 수도권 2.5단계 연장에 시름하는 자영업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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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설렁탕집. 이우림 기자

5일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설렁탕집. 이우림 기자

“이제는 정말 못 버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5일 낮 12시 서울 중구에서 30년째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신현수(60)씨가 한 말이다. 점심 시간이었지만 신씨의 가게에는 두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있었다. 그는 “평일 점심의 경우 보통 150그릇 정도 팔았는데 최근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오다 보니까 60그릇도 간신히 판다”며 “사람이 아예 안 다닌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폐업 신청 줄이어...20년 된 고깃집도 문 닫아 

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이 폐업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이 폐업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신씨는 주변에 폐업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교동만 해도 벌써 다섯 군데가 폐업했다. 20년 넘게 장사해온 유명 고깃집도 지난달 30일 폐업했고 12년 동안 이어온 순댓국집도 같은 날 폐업 신고를 했다. 상권이 굉장히 좋은 곳인데 다들 견디지 못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인근의 가게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30년을 이어온 고깃집 직원인 김모씨는 “오후에는 정말 손님이 없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직원을 줄였다. 예전에는 7명 정도가 근무했는데 최근에는 오후 2시가 되면 4명만 남아 근무한다”고 말했다.

2.5단계 연장에 “프랜차이즈 차별” 곡소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며 수도권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 내 이용이 금지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좌석 이용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며 수도권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 내 이용이 금지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좌석 이용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4일 방역 당국이 수도권 지역에 적용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오는 13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6일까지였던 수도권 방역 강화조치를 일주일 더 연장하고 전국에 시행 중인 거리두기 2단계도 2주간 더 연장해 20일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프랜차이즈형 카페에 이어 프랜차이즈형 제과 제빵점, 아이스크림·빙수점에서도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다.

일부 영업주들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은 소규모 카페와 같이 개인 사업자다. 본사에 배려를 받기는커녕 꼬박꼬박 로얄티를 지급하는 신세인데 무작정 프랜차이즈만 제재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월세가 2000만원인데 하루 70만원을 간신히 판다. 직원이 10명 정도 있던 가게였지만 지금은 혼자 운영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일주일 뒤에 보자고 했는데 방침이 일주일 더 연장되면서 기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기도 했다. 김씨는 “우리를 단속하면 뭐하냐. 진짜 장사 잘되는 곳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2.5단계를 시행하려면 예외를 두지 말고 적용해서 짧고 굵게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엔 피크닉족 인산인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이 무색하게 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피크닉을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우림 기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이 무색하게 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피크닉을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우림 기자

실제 이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지침이 무색하게 피크닉을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텐트와 돗자리를 펼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내린 채 배달음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해 텐트 간 1.5m 정도 간격을 두었지만, 사람이 몰리자 이마저도 무색해졌다. 10여명 넘는 인원이 단체로 와 마스크를 벗은 채 게임을 벌이기도 했고 일부는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모(22)씨는 “물론 방역 지침이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카페가 막히면 술집으로 향하고, 술집이 막히면 한강으로, 편의점으로 몰린다.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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