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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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래 귀신이라는 존재는 어느 곳에나 있어왔다. 아프리카에서도 유럽에서도 아시아에서도 귀신은 위협적안 존재로 부각된다. 여름밤에는 귀신이나 도깨비 이야기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귀신은 주로 밤에 나타나는 발목이 없고 땅을 밟지 않고 걸어 다니는 존재이고 잠긴 문도 열고 폐쇄공간도 자유럽게 통과하는 초능력적인 존재로 표현된다.

서양에서는 악마적인 힘이 있는 더욱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귀신을 묘사한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귀신보다는 신들의 이야기가 더 많으나 유일신 사상 덕분에 신화로만 남고 어두움에서 주로 활약하는 귀신들만 현재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신과 환자들 중에는 귀신들린 현상과 비슷한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종교에서는 정신병을 귀신의 씌움이나 악령의 작용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병을 주로 다루던 교회나 수도원, 사찰 등에서 치료를 실패하여 탄생한 현대 정신의학은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의식이라는 게 있어서 무의식의 요소들이 외부로 투사되어 환상이나 환청을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뇌과학의 발전으로 환상이나 환청같은 귀신들린 현상은 뇌신경전달물질의 혼란으로 빚어진 결과라는 게 밝혀졌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간이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데 그것을 귀신이 외부에서 침입한 걸로 해석하는 것이 과거의 종교적.무속적 해석이라면 무의식의 내용이 의식으로 나타난 걸로 보는 것은 정신의학적 해석이다.

밤에 길을 가다가 앞에 뱀이 가로막고 있는걸 보고 깜짝 놀라서 도망친 사람이 그 이튼날 아침 그 자리에 새끼줄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안심하였을 때 그 새끼줄은 어젯밤에는 분명히 두려움 뱀이었으나 밝은 낮에는 새끼줄에 불과한 것이다.

귀신이라는 존재는 밤의 새끼줄과 같다. 귀신이라는 존재가 외부에 실재한다라기 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마음속의 두려움이 문제가 된다. 종교적인 영역에서도 바른 이해와 바른 신앙이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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