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보다 더 귀한 것은

중앙일보

입력

“처방해주신 비아그라를 먹었는데도 왜 발기가 안되죠?”
전화는 A라는 환자에게서 왔다. “예, 약을 복용하고 무작정 기다리지 마시고 대화도 나누시고 서로 애무도 하시면서 사랑의 감정을 가지도록 하시죠....”

내가 비아그라를 명약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 좋은 효과에도 있거니와 사랑의 감정이나 성적인 느낌을 갖지 않으면 효력을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진주도 진흙 속에 묻히면 그 빛을 내지 못하는데 비아그라도 마찬가지로 사랑이 없는 이에게는 파묻힌 진주와 같은 것.

‘진주’하니 생각나는 일 하나가 있다.
B라는 환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것은 그가 음경성형수술을 받고 이틀 뒤 일이다. 수술 후 모르고 내버린 몇 십만원 짜리 진주 세 개를 적출물 폐기통에서 어렵게 찾아내어 돌려준 후 그 일은 끝났다.

십 여년 전, 그때만 해도 남성의학은 불모지대. 남성성기에 어떤 의학적인 시술이 배려되지 못하던 때였다. 고작 가방 속에 기구 몇 개 넣고 다니며 구슬이나 파라핀 등을 넣어주는 돌팔이들에게 의존하던 것이 전부였다.

그도 그 중에 한 사람. 값나가는 진주를 사서 넣었던 것은 부인의 특별한 권유에 의해서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었을까? 아마 비싼 것이 부작용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으리라.

그 사랑의 진주도 오랜 시간 진흙(?) 속에서 시달리니 말썽을 일으켰나보다. 표피 앞쪽이 벌겋게 부어 올라 흉측한 모습이 됐다. 그것을 빼내고 내친김에 성형수술을 예쁘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부인에게 더 큰 선물이 되리라는 생각을 갖고.

그의 모든 노력이 부인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생각하니 수술대 위의 그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지금 생각해도 폐기물통 사건이 유쾌한 것은 진주보다 더 값진 것이 그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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