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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의 중앙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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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Economist Deconomy] 전통 금융과 암호자산 시장을 동시에 봤을 때,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디파이는 금융시장이다. 이는 다소 거친 비유지만 이 관점에서 보면 복잡한 생태계에 대해 개념적으로 보다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음 글에서는 디파이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우선은 간략히 전통적 관점에서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의 역학관계를 살펴보자. 

#전통적 관점에서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에 대한 개론

중앙은행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해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안정에 유의한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1)우리나라 화폐를 발행, 2)통화신용정책 수립ㆍ집행, 3)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업무수행, 4)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실시, 5)국고금 수납ㆍ지급, 6)편리하고 안전한 지급결제를 위한 망 운영, 7)외환 건전성 제고 및 외화자산 보유ㆍ운용, 8)경제에 관한 조사연구 및 통계업무 수행을 담당한다.[1]

금융시장은 실물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이 거래되는 곳이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1)은행ㆍ저축은행ㆍ상호금융ㆍ신용협동조합 등과 같은 예금취급 금융기관을 통해 다수의 예금자에게 자금을 조달해 자금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대출시장, 2)금융자산 만기가 짧은 자금시장(money market)과 만기가 긴 자본시장(capital market), 3)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외화자산이 거래되는 외환시장, 4)전통 금융상품 및 외환의 가격변동위험과 신용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파생금융상품이 거래되는 파생금융상품시장으로 이뤄진다.[2]

중앙은행은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안정을 유도하고, 경제성장을 지원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epurchase Paper: 일정 기간 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재매수-재매도)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 거래 시 기준(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7일물 RP 매각 시 고정입찰금리, 7일물 RP 매입 시 최저입찰금리로 사용하며,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각각 -100bp(-1%pt), +100bp(+1%pt) 가감해 운용)이 되는 정책금리를 의미한다.[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1)금리 경로, 2)자산가격 경로, 3)신용 경로, 4)환율 경로, 5)기대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4] 지금과 같이 경기가 위축돼 실업이 증가하고 물가가 적정수준인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금리인 콜금리, 예금 및 대출금리, 장기시장금리가 순차적으로 하락한다. 기업은 대출을 늘려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가계는 대출을 늘려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정부 또한 대출을 늘려, 즉 국채를 발행해 정부지출을 늘릴 수 있다. (자산가격, 신용경로, 환율경로, 기대경로의 경우 각자 생각해 보자.)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경 등 통화정책은 금융시장과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수요ㆍ공급자들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만 의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출시장, 자금시장, 자본시장, 외환시장,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시장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과 국내외 금융, 기업, 정부와 가계의 자금 수요, 공급자들의 사고와 행동 등이 모두 정상적이어야 한다. 중앙은행, 금융시장에 대한 규범과 제도가 마련되고 이 여건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활동한 결과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이 달성된다. 이 정도의 전통적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에 대한 관점을 갖고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시장을 해석해 보자.

#스테이블코인 개론[5]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완전히 정의되지는 않은 개념이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통화(또는 그 바스켓)의 형태는 아니지만, 그러한 통화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는 일련의 안정화 도구에 의존하는 디지털 가치의 단위로 정의한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진영에서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서 발생하는 높은 가격변동성에서 비롯됐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자산은 화폐의 세 가지 기능 중 1)지불 수단, 2)가치저장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나, 3)계정단위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폐로써 계정단위는 개념적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중요하다. 계정단위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지불 및 가치저장의 기능도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측면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CB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은 세 가지 기준 (i)발행자 책임(accountability of issuer), (ii)탈중앙화된 권한(decentralisation of responsibilities), (iii)자산가치 뒷받침(value supported by) 등에 의해 네 가지 유형 (a)토큰화 펀드(tokenized fund), (b)오프체인 담보(off-chain collateralised), (c)온체인 담보(on-chain collateralized), (d)알고리즘형(algorithmic)으로 구분된다. (그림1 참조)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에 따른 스테이블코인 유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a)토큰화 펀드(tokenized fund): 기금에 의해 지원되며, 이는 발행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약속과 누군가(관리자)의 보장에 대한 책임의 필요성을 의미. 토큰화 펀드형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이용자들이 이를 지지하는 조직이나 기업을 신뢰한다면 사기행위에 노출될 수 있는 명백한 적용규정이 없음에도 토큰화된 펀드의 가치는 기금이 표시된 통화의 관점에서 정말로 안정적일 수 있음. 토큰화 펀드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을 포함하지 않고 유통 대장에 기존 통화 단위를 나타내며 소매형 지급에 대한 전통적인 전자화폐 접근법이나 일부 기존 지급 시스템의 사전 자금조달 방식을 반영. 그러나 토큰화 펀드의 기금 이니셔티브는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통제돼야 하는 과제를 제기할 수 있음. 테더(Tether)가 대표적.

(b)오프체인 담보(off-chain collateralised): 다른 전통적 자산에 의해 지원되며, 이러한 자산 분류는 관리인이 보관해야 하며 사용자가 반환을 청구하지 않는 한 발행자가 소유. 오프체인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분산장부에 전통적인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담보물의 안전한 보관과 상환을 위해 책임 있는 관리자와 발행자가 필요.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적인 중간 금융 시스템을 사용할 필요성 제기.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담보물의 변동성에 적용되는 마진액에 조정되는 정도까지 가격 안정성이 담보. 리브라(Libra)가 대표적.

(c)온체인 담보(on-chain collateralized): 자산(일반적으로 암호자산)에 의해 지원되며,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발행자를 식별할 필요가 없음. 온체인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적으로 잠재적 보유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암호자산 형태의 매우 변동성이 높은 담보물을 안정적인 자산으로 전환하려고 노력. 온체인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이니셔티브는 책임 있는 당사자의 개입 없이 작동할 수 있음. 담보물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가자의 보관에 직접 기록. 발행자는 그러한 시책의 규칙을 감독하고 요청에 따라 담보를 청산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반면에, 발행자의 운영은 일반적으로 탈중앙화돼 있음. 가격 안정성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담보물의 변동성에 적용되는 마진액에 조정되는 정도까지 담보. 메이커다오(MakerDAO)가 대표적.

(d)알고리즘형(algorithmic):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에 대응해 공급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에 의한 보유자의 미래 구매력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만으로 지지되며, 이는 당사자의 책임이나 기본 자산의 보관을 요구하지 않음.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책임 있는 당사자의 개입을 수반하지 않으며, 암호자산으로 인해 진화되는 형태로 볼 수 있음. 그들은 스테이블코인 유형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제공하며, 일부 이니셔티브는 중앙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성공적인 트랙은 현재까지 제공되지 않고 있음. 즉 시장충격을 견디고 안정적인 가치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음.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 또는 디지털 경제의 중앙은행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의 구분에 따라 유형별 설명을 전통경제의 관점에서 비교해 살펴보면 흥미롭다.

(a)고정정환율제 중앙은행: 미 달러화 보유량에 의해 지원. 통화발행자의 달러상환 능력에 대한 약속과 누군가(IMF)의 보장에 대한 책임의 필요성을 의미. 미 달러화 보유량이 부족하거나 부족해질 가능성이 클 경우 통화가치는 급락할 수 있음. 통화정책은 독립적일 수 없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의해 지배. 재정정책을 쓸 수 있으나 통화를 늘릴 경우 통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음. 고정환율제 국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국제적인 감독과 프레임워크를 통해 통제.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잘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어려움에 직면. 1990년대 후반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 및 통화위기 직면.

(b)통화바스켓 환율제 중앙은행: 미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다양한 외화 및 금 등 전통적 자산에 의해 지원.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과 금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담보자산 구축을 목표로 함. 통화바스켓 페그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중재된 금융 시스템을 사용할 필요성 제기. 통화바스켓 페그제 중앙은행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역을 잘해 지속적으로 외화를 유입해야 하며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갖게 됨. 따라서 무역 및 환율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프레임워크가 요구. 중국 인민은행이 비교적 잘하고 있으나,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싶어함.

(c)변동환율제 중앙은행: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일반적으로 달러화)에 의해 지원. 자산분류는 통화바스켓 환율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과 금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담보자산 구축이 요구. 환율변동성이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나 변동성을 제한시키지 못 한다면 결국 정책적 실패로 귀결. 변동환율제 중앙은행은 각각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있음.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충분한 상환 능력을 끊임 없이 증명해야 함. 역시 통화가치 절하에 대한 의도를 갖게 돼 무역 및 환율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프레임워크 요구. 일본ㆍ독일 등이 잘해 왔으나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싶어함. 한국은 현재까지 잘하고 있으나, 통화 측면에서는 미 연준,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상충하고 있어 골치가 아픔.

(d)기축통화국: 기축통화에 대한 수요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공급을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통화의 실질 구매력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만으로 지지되며, 국가 및 중앙은행의 상환책임이나 담보자산의 보관을 요구하지 않음.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은 독립적이고 진화되는 형태로 볼 수 있음. 금본위제 이후 나타난 다양한 통화정책 유형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제공해,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및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이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연준이 원탑.

#연준의 실험과 스테이블코인의 도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준이 정책금리를 제로로 내리고 무제한 신용공급,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주 잭슨 홀 미팅에서는 제로금리 기간을 연장할 목적으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달러화 가치는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분명 도움은 된다. 그러나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으로 미국 경제의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편, 암호자산 진영의 중앙은행인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 역할을 하게 될 디파이 생태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맹렬한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칼럼에서 디파이에 대한 첫 글을 쓸 계획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1] 한국은행 설립목적 http://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181, 한국은행 주요 기능 및 역할, http://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183

[2]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http://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318

[3] 한국은행 기준금리 http://www.bok.or.kr/portal/singl/baseRate/progress.do?dataSeCd=01&menuNo=200656

[4] 한국은행 통화정책 효과의 파급 http://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289

[5] In search for stability in crypto-assets: are stablecoins the solution?, ECB, 2019년 8월 참조https://www.ecb.europa.eu/pub/pdf/scpops/ecb.op230~d57946be3b.e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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