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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돈 거두는 ‘부모님 잔치’ 끝···코로나에 유행 탄 ‘스몰웨딩’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홀에서 강남구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홀에서 강남구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 홍성은(33)씨의 지난달 29일 결혼식엔 45명의 하객만 참석했다. 회사 동료를 부르지 않았고 친한 친구들만 초대했다. 홍씨는 “올해 초 결혼식을 준비할 때부터 코로나가 확산해 '스몰웨딩'을 택했다”며 “신혼여행을 해외로 못 간 건 아쉽지만 틀에 박힌 결혼식은 싫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결혼식 풍경을 바꾸고 있다. 300~400명씩 모이는 대규모 예식이 어려워지자 양가 가족과 친구들만 모이는 ‘스몰웨딩’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부모들은 아쉬워하지만 정작 신랑신부의 만족도는 높다.

“부모님 잔치였던 결혼식, 친구들과 파티할 것” 

한 부부가 야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웨딧 제공]

한 부부가 야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웨딧 제공]

내년 1월 결혼하는 예비 신부 예모(26)씨도 예약했던 대규모 예식을 취소하고 스몰웨딩을 선택했다. 예씨는 3일 “사실 예전부터 스몰웨딩을 하고 싶었지만, 결혼식은 ‘부모님의 잔치’이다 보니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하객을 부를 수 없게 돼 내친김에 스몰웨딩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예씨는 “1부엔 가족들만 불러 식을 치르고 2부는 친구들과 파티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변에도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다"며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모이지도 못하니 스몰웨딩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업계관계자도 스몰웨딩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5년부터 스몰웨딩 전문업체 웨딧을 운영해온 한신(38) 대표는 “웨딩업계에선 5년 동안 일어날 변화가 근 5개월 만에 일어났다”고 평했다. 한 대표는 “기존 예식장들은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돈을 버는 ‘규모의 경제’를 꾀했지만 코로나19로 더 이상 이 구조가 작동하지 않게 됐다”며 “시장이 변하면 문화도 변하기 마련이다. 규모는 작아도 의미 있는 결혼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92%, 결혼식 부담스러워”

스몰웨딩 2부에선 신랑 신부들이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열곤 한다. [사진 웨딧 제공]

스몰웨딩 2부에선 신랑 신부들이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열곤 한다. [사진 웨딧 제공]

한 대표는 “사실 이전에도 결혼식에 많은 사람을 부르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뿌린 축의금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큰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로나 19 사태가 축의금을 뿌리고, 15분 만에 끝내는 ‘결혼식 악습’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기존 결혼식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은 적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2.3%가 ‘지인 결혼식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답변이 45.6%로 가장 많았다. ‘시간적 부담(25.4%)’ ‘거리적 부담(19.6%)’ ‘심리적 부담(9.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이유로 ‘축의금만 보낸다’라는 답변도 40.8%를 차지했다.

“코로나 19가 문화 변화 가속화”

전문가들도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려 결혼 문화가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한국사회에선 사람들간 유대관계가 약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결혼식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며 “축의금과 혼수 등의 전통적 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됐는데, 코로나19가 소규모 결혼 확산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다양한 결혼식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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