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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파업수순 첫단추…코로나 시국에 완성차 파업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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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파업 당시 한국GM 부평공장.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파업 당시 한국GM 부평공장. 연합뉴스]

완성차업체 현장이 심상치 않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 중이다. 반면 사용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가운데, 파업으로 번지지 않을까 곤란한 표정이다.

지난 2일 한국GM 노조는 7778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갖고 찬성률 80%로 가결했다. 쟁의권 확보를 위한 첫 단계다. 이후 노조는 회사와 임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파업 권리를 갖는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9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 간 의견 차는 크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회사 측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조하수 한국GM 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지난 2년간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조합원의 불만이 있는 상태"라며 "쟁의 행위 찬반 투표는 (교섭 과정에서) 의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GM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노조가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올해(1~8월) 내수·수출을 합해 22만841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줄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민노총 가입 추진 

르노삼성 노조는 금속노조(민주노총) 가입을 추진 중이다. 오는 9~10일 조합원 총회에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가입을 묻는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기업노조로는 노조 활동의 한계를 느껴 더 큰 조직과 연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표와 별개로 지금 진행 중인 임협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엔 기업노조 외에 금속노조가 따로 있지만, 조합원 숫자가 미미하다. 그러나 이번에 기업노조가 합세하게 되면 세력은 더 커지게 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3월에도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지만, 일부 대의원이 반대해 중도 포기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번엔 대의원 전원 동의를 거쳐 조합원 총회에 상정된 만큼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 지회장은 "르노삼성은 한국GM과 달리 흑자를 내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임금을 동결됐다"며 "기업노조로는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인식이 조합원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XM3 등의 선전으로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증가했지만,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끊기며 수출은 곤두박질쳤다. 내수·수출을 합한 판매 실적은 지난해보다 26.5% 감소했다.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모기업의 경영·노무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GM과 르노 모두 어수선한 상태다.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에 힘을 쏟아붓는 가운데, 전기차 부문을 따로 뗄 것이라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다. 한국 공장은 전기차와는 무관하다. 르노는 닛산과의 얼라이언스(동맹)가 어그러지며 혼란에 빠져 있다. 특히 르노는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GM·르노삼성 노조가 파업 등 강경 노선을 택하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예전에 비해 조합원 결속력 등 파업 동력도 떨어진 상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하청업체에게 더 가혹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기업 노조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는 노사 간의 신뢰가 깨지지 않을 만큼의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위기를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현실을 상호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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