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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위에 세운 신개념 태양광, 농사·발전 두토끼 잡을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 논밭 한가운데에 태양광 패널이 세워져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다. 백경민 인턴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 논밭 한가운데에 태양광 패널이 세워져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다. 백경민 인턴

지난 7월 28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신평리. 초록빛 벼가 빽빽하게 심어진 논 한가운데에 커다란 사각 구조물이 솟아 있었다. 걸어서 3분 거리인 감자·배추 경작용 밭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농작물을 키우는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 연구 부지다.

[클린에너지 패러독스, 팩트로 푼다] #⑥ 영농형 태양광, 국내 보급 가능성은

기둥에 연결된 손잡이를 돌리자 구조물 천장에 달린 태양광 패널이 돌아가면서 각도를 조절했다. 태양광 발전을 할 때는 패널을 가로로 눕혀 햇빛을 잘 받게 하고, 빗물이나 햇빛을 농작물에 잘 전달하려면 패널을 세로로 세우는 식이다.

영농형·주민 참여형은 기존 태양광 발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새로 떠오르는 방식이다. 지난 7월 경북 봉화군청에서 만난 군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트렌드가 산지 위주에서 농지형으로 바뀌었다. 다만 농지에 시설을 설치하는 것 역시 일부 주민이 반대하기도 한다"면서 "주민 참여형과 영농형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실제 경작지 위에 발전 시설을 설치해서 농사 수익과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주민 참여형은 태양광 발전에 따른 이익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공유하는 걸 뜻한다. 주민 반대를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 수익원을 안기는 차원이다. 주로 놀고 있는 농지에 시설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영농형 태양광도 농민이 직접 발전에 나서고 그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주민 참여형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영농형 발전은 일본·유럽 등을 벤치마킹하면서 4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 논밭 한가운데에 태양광 패널이 세워져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다. 백경민 인턴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 논밭 한가운데에 태양광 패널이 세워져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다. 백경민 인턴

농작물은 햇빛과 물을 먹으며 자란다. 하늘을 가리는 태양광 패널에 따른 일조량 감소와 작물 피해는 없을까. 국내 전문가들은 농사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된 녹색에너지연구원ㆍ솔라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5kW 시설 기준(2017~2019년) 벼 생산량은 12~20%, 감자 수확량은 14~16%가량 줄었다. 2017년 남동발전ㆍ경상대 연구팀이 일반 벼와 태양광 패널을 둔 벼를 비교했을 때 이삭 수, 길이가 거의 동일했다.

반면 이를 상쇄할 전력 생산 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인 부수입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김창한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은 "일조량에 민감한 벼는 다른 작물보다 태양광 시설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면서도 "올해 100kW 시설 기준으로 월 80만원, 연 1000만원 상당의 전력 생산 순수익을 얻을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선 수확량 감소분의 10배가량 이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양의 중금속 오염 우려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가 의뢰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논과 배추밭의 중금속 8종 수치는 모두 허용치 아래였다. 일반 논밭과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논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아래서 익어가는 벼. [사진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논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아래서 익어가는 벼. [사진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이대로라면 영농형 방식은 태양광 발전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 사업은 농민들의 참여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연구용 설비를 제외하면 개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전남 보성 한 곳에 불과하다. 억 단위가 넘는 비싼 초기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수십년간 태양광 시설을 운영해도 녹 슬지 않아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을 내구재를 쓰는 것도 관건이다.

후쿠시마 영농형 발전을 맡은 후쿠나가히로시 건축연구소는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쌀 재배에 영향이 없다는 것, 양면 패널 사용에 따른 발전량 50% 증가 같은 장점을 확인했다. 다만 투입 비용이 비싸다는 것, 원전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전체 농가의 30%가 참여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농지 600평에 설치하는 100kW 시설 기준으로 1억8000만원 이상 필요하다. 장기 대출이 가능하지만 다른 태양광 사업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작목반을 꾸려 합동으로 영농형 발전에 나서거나 정부가 영농형 태양광 토지 용도를 완화해주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청주=정종훈 기자, 백경민 인턴 sakehoon@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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