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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달 김정은 공개활동에 '바늘과 실' 김여정은 안 보였다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월 한 달 동안 모두 7차례의 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가 김 위원장의 통치 활동을 보도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한 집계다. 이는 1~6월 20회의 공개활동을 펼치며 사실상 외부 활동을 중단한 것과 달리 수치상으론 지난해 8월과 같은 횟수를 기록해 정상적인 통치 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7월 27일 전승절 이후 한달동안 모습 감춰

그러나 내용 면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김 위원장의 이달 공개 활동은 다섯 차례 회의를 주관했고, 수해 및 태풍 피해 현장을 각 1회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신형 무기 발사 현장 6회, 평북 양덕군 온천 건설현장 현지지도(1회)를 했던 점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8월엔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저강도 무력시위에 나섰던 시점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전원회의(7기 5차)에서 정면돌파전을 내놓았지만, 군사력 시위를 하지 않고 있는 건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상황관리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모습을 감춘 점도 특이사항이다. 김여정은 그동안 한국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남매 정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기념일(북한은 전승절)을 기해 열린 노병대회 참석을 끝으로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여정의 임신설 또는 출산설이 돌기도 했지만 지난달 27일 공개된 사진에선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장기간 휴양 또는 향후 남북, 북ㆍ미 관계를 준비하는 상무조(TF)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8월 공개활동 내용 중 이전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일체의 경제 현장 방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수해(7일) 및 태풍 피해 현장(28일, 이상 보도일)을 찾기는 했지만, 민생 경제현장 방문은 중단하고 있다. 대신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가 경제 현장 방문에 잰걸음을 보인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올해 경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나서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본인은 국정을 컨트롤하고 경제 분야는 관련 책임자들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만약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책임자 교체라는 카드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대남(김여정), 경제(박봉주ㆍ김덕훈), 군사(이병철ㆍ최부일) 등 분야별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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