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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1그릇 주문’은 신용정보일까?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논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가 주문한 배달음식이 짜장면인지, 짬뽕인지가 신용정보에 해당할까.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정보 제공범위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논쟁이 불붙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되면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통합 분석이 가능해진다. 자료: 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되면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통합 분석이 가능해진다. 자료: 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주체(소비자) 동의하에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끌어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올해 초 데이터 3법(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60여개 업체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청을 받아 내년 초를 목표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행령 ‘주문내역도 제공해야’

논란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해야 하는 ‘신용정보’의 범위를 놓고 일었다. 이달 초 공포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정보 범위엔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문내역’ 정보가 포함된다. 가령 A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고객이 동의하면 11번가·이베이·배달의민족 등에서 고객이 ‘언제’, ‘얼마’를 결제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상품’을 ‘몇 개’ 구매했는지에 관한 정보까지 A은행이 받게 된다.

전자상거래 업계는 거세게 반발한다. “주문내역은 신용정보가 아니다”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브랜드 상품을 몇 개 구매했는지까지 제공하라는 건데, 쉽게 말해 ‘짜장면을 먹었느냐, 짬뽕을 먹었느냐’가 신용정보라는 얘기”라며 “이는 고객의 신용과 무관한 정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므로 시행령을 즉각 재개정하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위해 필요”

반면 금융당국은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실제 현행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 개념에는 ‘신용정보주체의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제2조)’가 포함된다. 여기엔 ‘상법상 상행위에 따른 상거래의 종류·기간·내용·조건 등에 관한 정보’도 해당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체에 기록된 쇼핑정보도 신용정보에 해당한다. 이 개념은 (이번 법 개정으로)바뀐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적용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문내역 정보는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개방을 요구해 온 데이터다.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분야의 신용정보까지 결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라는 것이 금융권 주장이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향후 의료‧보건 같은 비금융분야로 확대될 텐데, 그 때도 ‘금융정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대할 건가”라며 “서비스 확대를 위해 서로 가진 정보를 최대한 열어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드사의 정보제공범위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카드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개방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네이버쇼핑 푸드윈도의 '산지직송' 코너. 사진 네이버

네이버쇼핑 푸드윈도의 '산지직송' 코너. 사진 네이버

네이버·쿠팡처럼 분사가 답? 

업계에선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가 정보제공을 피하기 위해 분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되는 정보는 ‘전자금융업자’의 신용정보이다. IT기업 등이 보유한 일반 개인정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전자금융업체를 계열사로 둔 일부 빅테크 업체는 본사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11번가‧이베이‧SSG닷컴 등 대다수 전자상거래 업체는 간편결제 사업을 하기 위해 본사가 직접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반면, 네이버‧쿠팡 같은 일부 업체는 전자금융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따로 만들었다. 한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방대한 고객 정보를 다 내놓느니 차라리 분사를 하는 게 낫다는 업체들도 있다”고 전했다.

3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해당 논란과 관련해 “어디까지가 개인정보고, 어디까지 정보를 교환할지 (업계와)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은 위원장은 “주문 내역 정보가 신용정보에 포함돼 개인 사생활 침해가 염려된다”는 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개인의 선호도까지 포함되느냐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합의를 잘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한국핀테크산업협회‧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11번가‧이베이 등과 정부청사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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