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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 의사들마저 "공공의대로 문제 해결 안돼, 탄압 멈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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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대표적 응급의료 취약 지역의 의사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 설립이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남 서부지역 의사회가 30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자료 전남 서부지역 의사회

전남 서부지역 의사회가 30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자료 전남 서부지역 의사회

30일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가장 의료가 취약한 지역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이라며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하고 있어야 할 의사들이 진료실을 떠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는 목포와 무안, 강진, 완도, 진도, 해남의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 겨냥 성명서서 "현장 의견 반영 안 돼"

이들은 정부가 의료 취약지역을 보완하자는 취지로 공공의대 정책을 발표한 데 거부감을 드러내며 정작 현장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의협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의협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의사회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 중에 의료 취약지역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공공의대를 통해 취약지역에 의사를 늘리려는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감기약, 혈압약, 당뇨약을 처방하는 일차 진료의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적지 않은 개원의, 공중보건의들이 이러한 역할은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며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응급 상황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막힌 혈관을 뚫고, 절단된 신체 조직을 연결하는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의료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공공의대 정책은 취약지역에 의사들의 숫자는 늘릴 수 있으나,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의료진을 양성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고난도의 수술과 시술 등을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책임을 감수하고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귀한 사명감과 선의가 동반돼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사명감과 선의만으로 중증의 환자들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의료시스템”이라며 “설령 공공의대를 통해서 사명감과 선의를 충분히 교육받은 학생들이 배출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의료시스템상 한계가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지난달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는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지난달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는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회는 “취약지역에 더욱 많은 수의 의사들이 있으면 장점이 분명 있다”면서도 “의료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는 많은 수의 의사로 해결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근무 지역을 설정하고 진료를 강제한다고 한들,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인력과 예산 등을 고려한다면, 이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정책임이 틀림없다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희는 주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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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누구보다 의료 취약지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라며 “누구보다 취약지의 의료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의사들이지만 올바르지 못한 의료정책이 미칠 악영향이 두렵다. 정부는 불합리한 의료 정책을 중지하고,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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