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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찬양 연설 하루뒤 흑인 무기수 사면···美 발칵 뒤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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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약사범인 흑인 여성 앨리스 마리존슨을 완전히 사면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약사범인 흑인 여성 앨리스 마리존슨을 완전히 사면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위해 연설한 흑인 마약사범을 하루만에 사면·복권해주자, 정치행사를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집무실에서 흑인 여성인 앨리스 마리 존슨(65)을 완전히 사면했다고 밝혔다. 존슨은 이번 완전사면으로 투표권과 배심원이 될 권리 등 일부 제한됐던 시민권을 회복했다.

존슨은 1996년 마약 운반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아 복역해왔다. 그가 풀려난 건 2018년, 연예인 킴 카다시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석방을 요청하면서다. 초범이고 범죄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형이 과하다는 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존슨이 즉시 석방되도록 감형해줬다.

22년 복역 뒤 형사사법개혁 운동가로 활동하던 존슨은 지난 27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을 했다. 그는 자신의 형량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정의롭지 못한 사연을 들었을 때, 나를 한 사람의 사람으로 여겨 동정심을 가지고 행동했다"고 했다. 이어 "신의 은총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정심 덕에 여러분 앞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존슨의 '찬양 연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사면'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존슨은 석방된 뒤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선량하지만 과도한 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이들을 돌보고 있으며, 귀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美 언론 "흑인 표 얻으려 사면 카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은행강도를 저질러 복역한 뒤 전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비영리단체(NGO)를 운영하는 흑인 남성 존 폰더를 사면하고, 그 모습을 전당대회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사면에 대해 미국 언론에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득표를 위해 사면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 정치행사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뻔뻔히 사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고,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형사사법개혁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흑인 유권자 표를 끌어당길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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