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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日 1년짜리 새 총재 뽑는다,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 3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66)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뒤를 이을 ‘포스트 아베’에도 눈길이 쏠린다.

자민당은 9월 중 신속하게 새 총재를 선출하겠다는 방침이다. TV아사히는 이날 "9월 중순이면 새 총리가 결정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를 맡는다. 자민당은 현재 중의원의 과반을 점하고 있다. 사임 소식에 자민당의 주요 파벌인 호소다파, 기시다파, 니카이파 등은 긴급 회동했다.

포스트 아베 후보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포스트 아베 후보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새 총리 임기는 아베의 자민당 총재 잔여 임기인 2021년 9월까지다. 1년짜리 임기가 차기 총리를 뽑는데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 총리 유력 후보는 세 명으로 추려진다. 아베 정권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 아베가 낙점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3) 정무조사회 회장(정조회장), 그리고 아베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3)다.

'무파벌 흙수저' 급부상한 스가 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스가 장관은 최근 급부상한 후보다. 7년 8개월간 장관직을 맡으며 최장수 관방장관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 또 내각의 살림꾼으로 안정적인 이미지를 굳힌 게 강점이다. 전날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아베 총리가 스가 장관을 유력한 후계자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 두 차례 정례 브리핑에 나서서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지난해에는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덕분에 ‘레이와 오지상(令和おじさん·레이와 아저씨)’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스가 장관은 이른바 ‘무파벌의 흙수저’ 출신이다.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대학을 졸업했다.

정치계 입문도 늦은 편이다. 전기·통신 설비를 만드는 중소기업 회사원으로 일하다 정계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오코노기 히코사부로(小此木彦三郎) 중의원의 비서로 11년간 활동했고, 1996년 48세 나이로 요코하마에서 중의원에 당선됐다.

아베가 점찍은 기시다…낮은 지지율이 약점 

기시다는 당초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낙점한 인물이다. 아베 정권 초 외무상을 지내면서 내각 경험을 쌓았고, 당 3역 중 하나인 정조 회장을 맡으면서 당내 기반도 다졌다. 덕분에 당내 2인자 자리인 간사장 ‘0순위’로 꼽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 회장.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 회장. [연합뉴스]

뒷배경도 든든하다. 4명의 총리를 배출한 명문 파벌 고치카이(宏池会)를 이끌고 있다. 경제를 중시하는 기시다파답게 합리적이고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존재감이 떨어진다. “돌파력이 떨어진다”, “우유부단하다”는 평가와 함께 대중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파벌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이시바

반면 아베 총리 당내 정적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다. 최근 2년 간 ‘포스트 아베’ 여론 조사에서 늘 선두를 지켰다. 2등과의 격차도 커 대중의 선호에선 압도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이시바는 아베 저격수로 통한다. 지난 6월 일본 국민의 공분을 샀던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 파문 때는 자신의 블로그에 “총리가 주선한 정책이 이렇게 날림이어선 좋을 리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이시바의 최대 걸림돌은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이시바만은 절대 안 된다”는 확고한 뜻을 내비쳐왔다. 여기에 파벌 싸움에서 지지세도 약하다. 아베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가 98명, 기시다파가 47명인데 반해 그가 이끄는 이시바파는 19명뿐이다.

제3의 인물은? 

이 외 제3의 후보로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79) 부총리, 고노 다로(河野太郎·57)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4) 외무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39) 환경상 등이 꼽힌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AP=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AP=연합뉴스]

아소는 호소다파에 이어 자민당내 2위 파벌인 아소파의 수장이며, 2008년 당 총재로 선출돼 이미 총리(2008년 9월~2009년 9월)를 맡은 경력이 있다.

아베 정권에서 외상과 방위상을 지낸 고노 방위상은 재임 기간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트위터 팔로워가 16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지도도 높다. 위안부의 강제 연행을 인정하는 내용의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전 외상·관방장관)의 아들로 집안 배경도 갖췄다. 다만 욱하는 성격에 주변과 자주 불협화음을 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로이터=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로이터=연합뉴스]

당 총재 선출 방식이 변수

자민당 규칙에 따르면 당 총재가 임기 중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새로 총재를 선출한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긴급한 경우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

양회 총회만으로 새 총재를 선출하면 소수파의 수장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선출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실제 자민당내에서 이시바의 선출을 막기 위해 이 방식으로 총재를 뽑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새 총재의 임기가 단 1년인 만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베 총리와 함께 일해 온 사람을 유력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스가 장관과 아소 부총리 등이 유력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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