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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AI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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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김문수’s Token Biz]“Sofware is eating the world(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만들고 넷스케이프를 창업했던 마크 앤드리슨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고 말했습니다. (https://www.wsj.com/articles/SB10001424053111903480904576512250915629460)

앤드리슨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인 아마존은 사실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비디오 콘텐츠 업체인 넷플릭스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도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도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마케팅 플랫폼도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글이 차지했다고 설명합니다. 금융 산업을 혁신하는 페이팔도 본질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심지어 오라클과 같은 기존의 IT 기업들도 신생 소프트웨어 기업에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앤드리슨은 이처럼 빼어난 통찰을 행동으로 직접 실천했다는 면에서 더욱 높게 평가받습니다. 그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며 기록적인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그가 공동 설립한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라는 벤처캐피털은 페이스북ㆍ슬랙ㆍ인스타그램ㆍ스카이프 등에 투자했고, 2018년에는 크립토 펀드를 설립해 리브라ㆍ코인베이스 등에 투자했습니다.

“AI is eating the software.”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운다)

그로부터 6년 후 엔비디아의 창업자인 젠슨 황은 2017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운다고 말했습니다.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17/05/12/151722/nvidia-ceo-software-is-eating-the-world-but-ai-is-going-to-eat-software/)

황은 칼럼에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의 전통적인 성능과 개발 방법론을 대체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결국 머신러닝이 의학을 바꾸고, 자동차 산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엔비디아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무어의 법칙(반도체 칩의 성능이 2년 마다 두 배씩 좋아질 것이라는 관찰에 의한 법칙)의 물리적 한계마저 보완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는 MIT테클놀로지리뷰에 기고한 칼럼이 공개된 이후 링크드인에 올린 추가적인 개인 칼럼을 통해 AI에 대한 더욱 강력한 비전을 드러냅니다. (https://www.linkedin.com/pulse/ai-eating-software-jensen-huang/)

황은 AI 혁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커지고 있으며 딥러닝은 모든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AI가 우리 시대의 아인슈타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AI is eating the world.” (AI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

이제 우리는 마크 앤드리슨과 젠슨 황의 예측을 결합해 ‘AI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는데 그 소프트웨어를 AI가 먹어 치우기 때문입니다.

머신러닝 기법은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딥러닝은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법론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손쉽게 풀어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시간 자동 운전을 딥러닝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대승을 거둔 것이 오래되었지만, AI를 사용하지 않고 과거의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식만으로는 아직도 정상급의 바둑 기사를 꺾을 수 없습니다.

한편, AI는 점점 우리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내부 기능으로 탑재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시각화 소프트웨어인 ‘Power BI’에는 이미 AI 분석 버튼이 장착돼 있습니다. 복잡한 딥러닝의 기술을 몰라도 손쉽게 AI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워드ㆍ엑셀ㆍ파워포인트 등의 프로그램에도 AI 분석 버튼이 장착될 것입니다.

AI가 세상을 먹어 치우는 것은 AI가 산업을 먹어 치우는 것을 뜻합니다. 즉, AI가 금융을 먹어 치우고, AI가 농업을 먹어 치우고, AI가 디자인을 먹어 치우고, AI가 교육을 먹어 치우게 될 것입니다.

특히 AI의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을 마주한 교육은 이미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대기업의 교육 담당자들은 CEO와 임직원들에게 AI 전문 지식을 빠르게 교육하고 있으며, 앞으로 AI를 가르치는 기업과 가르치지 않는 기업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입니다.

기업이 변하면 기업 현장과 맞닿아 있는 경영학의 연구와 교육 체계도 AI를 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변신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모든 학생들은 AI를 상식 수준의 필수 지식으로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2021년부터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 과목이 도입되는 것은 공식적인 신호탄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변화의 초반에는 과장된 사업가들이 판을 칩니다. 특정 기업들의 가치가 거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인터넷 버블 초반에 닷컴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고, 블록체인 산업 태동 초반에 터무니없는 백서를 들고 나타나 새로운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 앤드리슨은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칼럼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의 적정가치를 의심하는 대신, 그 시간에 새로운 세대의 기술 회사들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깊이 연구하고, 그들이 당신의 사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큰 기회이다. 나는 내가 투자하는 곳을 잘 알고 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AIㆍ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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