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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3단계 코앞인데…대구시내 한복판 200여명 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200여명 규모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불법 집회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김정석기자

2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200여명 규모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불법 집회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김정석기자

2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앞과 주차장을 경찰버스 십여 대가 둘러쌌다. 시청에 출근을 한 직원들은 경찰버스에 주차장이 가로막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시청 야외 주차장은 물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출입구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시공사 변경 승인 불허에 집회 나선 주택조합 #페이스실드·마스크했지만 거리두기는 무너져 #전날에도 금속노조 대구지부 80명 기자회견

 경찰버스가 시청 앞을 메운 건 이곳에 오전 7시쯤부터 모여든 집회 인파 때문이었다. 이들은 ‘서민 죽이는 시청이 웬말이냐’ ‘시청이 반려하면 우리는 파산이다’ ‘공무원 직무유기로 서민 5000명 다 죽는다’ 등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손에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 걸려 죽으나, 졸속행정 처리로 죽으나 똑같다’라고 적인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구 한 지역조택조합 조합원 200여 명으로, 대구시가 시공사 변경 승인을 해주지 않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한 건축업체와 아파트 신축 사업승인을 받은 이 주택조합은 최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다른 업체로 바꾼 뒤 대구시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 건축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건축법 규정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집회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회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방역수칙이 무너진 모습이 보였다. 특히 상당수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수칙을 지키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턱에 마스크를 걸리는 이른바 ‘턱스크’를 한 이들도 있었다.

2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맞은편 주차장에서 대구지역 한 주택조합이 집회를 열고 대구시의 행정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7개 중대 50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김정석기자

2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맞은편 주차장에서 대구지역 한 주택조합이 집회를 열고 대구시의 행정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7개 중대 50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김정석기자

 앞서 대구경찰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 내 집회 등 제한 고시’를 내린 상태다. 이 집회 역시 금지 통고를 내렸다. 대구경찰청은 이 지역주택조합이 집회를 강행하자 7개 중대 5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집회 장소를 에워싸고 지속해서 해산 명령을 내렸다. ‘감염병 예방 및 대구시민의 안전을 위해 집회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는 현수막도 게시했다.

 경찰은 대구시의 고발이 있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집회 금지 통고에도 시위를 강행하고 방역수칙도 어긴 만큼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인 26일에도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합원 80여 명이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고용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을 해 집회 사전신고 의무는 없었지만, 이 역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해야 한다. 이 기자회견에서도 거리두기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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