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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습니다”vs“혐의 밝혀라”…온라인 ‘박원순 49재’ 논란

중앙일보

입력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 안내 사진.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 안내 사진.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26일 오후 5시 고인을 추모하는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이 열렸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가칭)’이 개최한 행사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고인의 죽음의 비통함을 강조하는 건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과 유족 측은 당초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일반 시민들도 참석이 가능한 ‘박 시장 49재 이음 추모마당’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비난이 일자 추모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비슷한 시각 박 전시장의 직계가족 4명 등은 조계사에서 별도의 49재를 치렀다.

유족 “모든 것 부정당한 고통이 얼마나 크고 힘들었나”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에서 공개된 유족의 편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에서 공개된 유족의 편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온라인 추모식은 약 380명이 접속한 가운데 유튜브로 약 40분간 진행됐다. 추모식에선 박 전 시장의 일대기, 추모사, 유가족의 편지 등이 상영됐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추모사를 남겼다. 특히 전 교수는 “억울한 사람을 보면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던 형이었는데 먼 길을 쓸쓸히 떠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유족들 역시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오로지 시민, 오로지 사람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아버지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리고 벼랑 끝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라며 “살아오신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아프고 힘드셨습니까. 원통함과 한이 어찌나 사무치셨으면 그렇게 영영 가셔야만 했습니까”라고 했다. 추모식이 열리는 동안 지지자들은 추모 댓글을 달았다. “그립습니다. 미안합니다” “약자와 함께 아파하고 싸웠던 당신, 잊지 않겠습니다” 등이다.

“추모사업도 진행할 것…우리 모두가 박원순?”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의 일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의 일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박 전 시장이 숨진 지 49일이 지났지만 그를 향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측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박 전 시장의 일대기를 담은 ‘박원순 기억소’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추모기억 사업 등을 추가로 기획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추모식에서 이 단체를 대표해 나온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우리 모두가 박원순”이라며 “냉정하고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박 전 시장을 기록하고 기억하겠다. 100일되는 시점에 구상을 조금 더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혐의 밝혀지기 전 부적절한 행사”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의 일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49재 이음 온라인 추모식의 일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준비모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인 49재 추모식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49재 추모식을 통해 고인의 죽음의 비통함을 강조하는 건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아직 혐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선 가족들끼리만 조용히 치르는 게 맞지 않냐”고 되물었다.

한편, 경찰과 검찰은 박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북경찰서에선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을 계속 수사 중이며, 서울경찰청에서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및 묵인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활빈당 등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박 전 시장 피소 유출 의혹 수사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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