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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나···1996년 호주선 시속 40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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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오후 9시 제주도를 지나 전남 서쪽 해상까지 진출했다. 자료: 기상청

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오후 9시 제주도를 지나 전남 서쪽 해상까지 진출했다. 자료: 기상청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해로 북상하는 태풍 가운데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태풍 에너지는 원자폭탄의 1만 배 #2013년 하이옌으로 7000여 명 사망

이날 오후 9시 현재 전남 목포 서쪽 약 170㎞ 해상에서 시속 30㎞ 속도로 북진하고 있는 태풍 '바비'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40m(시속 144㎞)에 이르고 있다.

태풍을 정면으로 맞은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이날 오후 8시 29분 순간 최대 풍속이 47.4m(시속 171㎞)에 이르기도 했다.

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를 강타한 26일 오전 제주시 연동 거리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를 강타한 26일 오전 제주시 연동 거리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바비' 순간 최대풍속 초속 47.4m 기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해 9월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북상하며 태풍경보가 발표된 울산지역에서 시민들이 강풍에 우산을 부여잡고 걷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북상하며 태풍경보가 발표된 울산지역에서 시민들이 강풍에 우산을 부여잡고 걷고 있다. 뉴스1

이 때 최대 풍속은 10분 단위로 평균을 낸 값 중에서 가장 큰 값이고, 순간 최대풍속은 3초 단위로 기록되는 측정치 중에서 가장 큰 값을 말한다.

국내에서 나온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의 기록은 2003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가 세웠다.
태풍 '매미'가 제주도를 지날 때인 9월 12일 최대 풍속이 초속 51.1m(시속 184㎞)에 이르렀고,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60m(시속 216㎞)를 기록했다.

역대 주요 태풍 경로와 최대 풍속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역대 주요 태풍 경로와 최대 풍속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또, 지난해 이번 태풍 '바비'와 비슷한 경로로 북상했던 태풍 '링링'은 지난해 9월 7일 전남 흑산도 부근에서 최대 풍속이 초속 42.1m(시속 151.6㎞), 순간 최대풍속은 54.4m(시속 195.8㎞)에 이르렀다.

지난 2012년 서해로 북상했던 태풍 '볼라벤'의 경우 2012년 8월 28일 전남 완도 부근에서 최대풍속 36.3m(시속 130.7㎞), 순간 최대풍속은 51.8m(186.5㎞)를 기록한 바 있다.

봄철 강원 영동에도 강한 바람 

국내에서는 태풍철이 아닌 봄철 강원도 동해안에도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다.

바로 서쪽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강원도 동해안으로 부는 이른바 '양간지풍(襄杆之風)'이다.
양간지풍은 봄철 동해안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강한 바람을 뜻한다.

강원기상청 춘천기상대가 분석한 풍속 관측자료를 보면 1973년 관측 이래 봄철(3∼5월) 영동에 최대 순간풍속 초속 35m(시속 126㎞) 이상의 강풍이 관측된 횟수는 12번이다.
1973년 4월 18일 속초에서 측정한 바람의 속도가 초속 41m(시속 147.6㎞)를 기록했고, 1974년 4월 22일과 1980년 4월 19일에도 속초에는 초속 46m(165.6㎞)의 바람이 불었다.

봄철 산불이 발생했을 때 초속 30~40m의 양간지풍이 불기라도 하면 '도깨비불'처럼 불씨가 날아다녀 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양간지풍이 부는 때는 봄철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되고, 태백산맥 위에는 기온 역전층이 형성될 때다.
기온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서풍이 지나가면서 강풍으로 바뀌는 것이다.

세계 기록도 열대 사이클론이 세워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해 7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하이옌. 중앙포토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해 7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하이옌. 중앙포토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지난 2010년 공식적으로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바람 기록은 초속 113m(시속 408㎞)다.
이 기록은 1996년 4월 10일 호주 배로우 섬에서 측정한 것으로, 열대 사이클론 '올리비아'가 지나갈 때였다.

종전 기록은 미국 뉴햄프셔 주의 해발 1917m 워싱턴 산 정상에서 1937년 측정한 초속 103.3m (시속 372㎞)였다.

전문가들은 토네이도의 경우 태풍 등 열대 폭풍보다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토네이도 속에서는 풍속계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에 직접 측정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토네이도는 좁은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측정하기도 어렵다.

1999년 5월 3일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당시 풍속은 일반 풍속계가 아닌 도플러 레이더로 초속 142m(시속 511㎞)까지 측정됐지만, 공식 기록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히로시마 원폭의 1만 배 위력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동부 사마르 지역의 모습. EPA=연합뉴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동부 사마르 지역의 모습. EPA=연합뉴스

태풍은 지구 상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 중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기상 현상이다.

보통 세기의 태풍이 가진 에너지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약 1만 배의 위력을 갖고 있다.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해 7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하이옌'의 경우 최대 풍속은 초속 63.9m(시속 230㎞)를, 순간 최대풍속(1분 풍속)은 초속 87.5m(시속 315㎞)를 기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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