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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0명, 우리가 위험한가"···정부 영업정지에 억울한 PC방

중앙일보

입력

“PC방이 정말 다른 곳보다 코로나에 위험한가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다중이용업소 중 가장 안전한 PC방은 고위험군 업종이 아닙니다’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카페, 교회, 식당 감염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데 PC방에서 확진된 감염자는 0명”이라며 “당국은 PC방을 직접 방문도, 조사도 하지 않고 20년 전을 생각하면서 부정적으로 언급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잘 대처하는 업소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한다면 그 어디도 고위험시설군에 지정 안 될 곳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 청원엔 25일 오후 6시 기준 2만1079명이 동의했다.

"고위험시설 기준 뭐냐" 형평성 지적 잇따라 #당국 "바뀐 상황 반영해 조정 검토"

위험도 평가 논란 계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시설별 영업정지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밀집도 등의 측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결혼식장 뷔페나 PC방은 영업해서는 안 되고, 카페는 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PC방 영업중단 안내문. 중앙포토

PC방 영업중단 안내문. 중앙포토

특히 당초 중위험시설이었다 최근 고위험시설로 포함된 PC방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업주들은 나름 방역수칙을 충실히 준수해왔는데 갑작스러운 영업중단 조치로 문을 닫게 됐다며 온라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카페는 정상 영업을 하게 놔두면서 PC방은 금지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현재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실내 스탠딩 공연장·노래연습장·실내 집단운동시설(격렬한 GX류)·유통물류센터·대형학원(300인 이상)·직접판매홍보관·뷔페가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코인노래방의 모습. 두 사람이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방 크기가 작다. 중앙포토

서울 광진구의 한 코인노래방의 모습. 두 사람이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방 크기가 작다. 중앙포토

정부는 공간의 밀폐도와 이용자 밀집도, 비말 발생 가능성 등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평가한다. 각 기준을 바탕으로 낮음(0점)부터 높음(2점)까지 점수를 매겨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나눈다. 지난 5월 첫 고위험시설 발표 때만 해도 PC방은 중위험시설에 해당했는데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이 일자 당국이 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PC방을 고위험시설로 포함했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면 ▶출입자 명부 관리 ▶출입자 증상 확인 및 유증상자 출입 제한 ▶마스크 착용 ▶시설·물품 소독 ▶이용자·근로자 간 간격 유지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위반 시 사업주 및 이용자에 벌금이 부과되고 집합금지가 내려진다. 거리두기 2단계에선 이런 고위험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중위험시설엔 종교시설·콜센터·영화관·카페·놀이공원·학원(300인 미만)·목욕탕·오락실 등이, 저위험시설에는 쇼핑몰·미용실·도서관·숙박업소·소매점 등이 포함돼 있다. 중위험시설은 거리두기가 최고수준인 3단계로 올라갔을 때 문을 닫는다. 현재 카페와 음

식점 등은 고위험시설이 아닌 만큼 평소대로 운영하되 지자체별로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 집단감염이 연이어 터진 종교시설과 카페 등이 고위험시설에서 배제된 것이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른다. 종교시설은 행정명령을 통해 고위험시설에 준하는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밀폐 장소가 대부분이고 일행끼리 모여있어 비말 확산 위험이 적지 않은데 이를 고려한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감염 사례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대규모 감염은 경기 파주 스타벅스 야당역점에서 발생했다. 이곳 확진자는 25일까지 누적 66명에 달한다. 이달 초 할리스커피 서울 선릉역점에서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외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지자체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에는 커피 전문점이 상당하다.

카페 자체가 감염 장소인지, 다른 데서 감염된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옮긴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데다 음료를 마시며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렵단 점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고위험시설'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손님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고위험시설'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손님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국 “정비하겠다”

앞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경기도 부천의 뷔페식당에서 돌 잔치발 감염이 터진 이후 정부는 지난 6월 뷔페식당을 고위험시설에 추가 지정했지만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는 예식장 뷔페와 출장 뷔페는 제외했다. 당시에도 정부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5월엔 서울시가 일반 노래방과 유흥주점은 놔두고 코인노래방에만 사실상 영업중단인 집합 금지명령을 내린 데 반발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촘촘히 세분화하거나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을 다시 고려해 위험도 평가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카페를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하든지, 카페에선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하든지 보완해야 한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만큼 상황이 엄중해지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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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도 필요성을 인정하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5월 발표 당시에) 카페 등에서 집단발생이 있기 전이었다”며 “최근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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