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복절 집회 간 경찰 1785명, 코로나 검사없이 또 근무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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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연두색 옷을 걸친 채 일하는 경찰. 이날 집회엔 경찰 7000여명이 출동했다. 뉴시스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연두색 옷을 걸친 채 일하는 경찰. 이날 집회엔 경찰 7000여명이 출동했다. 뉴시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현장에 나간 경찰 일부가 자가격리하지 않고 현장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당시 집회에 나간 경찰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과 배치된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집회에 나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7182명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개 조로 나눠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다. 경찰은 앞서 “집회에 투입한 경찰 인원 전체가 방역수칙을 지켰다”며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전수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일까지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찰관은 5명이다.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자가격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검사 일정을 기다리던 서울청 기동대원들은 자가격리 없이 현장에서 근무했다. 예를 들어 21일 오전 8시까지 검사받지 못한 인력은 1785명이다. 이들은 확진 여부를 알지 못한 채 19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시내 미국·일본·중국 대사관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경비 근무를 섰다.

사랑제일교회 인근 대치현장에 투입한 기동대는 21일 전원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다. 기동대원 A씨는 “집단 감염 환경에 노출된 경찰을 검사나 자가격리 없이 급하다고 다시 현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도 허울뿐”

21일 서울 신당동 서울지방결찰청 기동본부에 마련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근무한 경찰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신당동 서울지방결찰청 기동본부에 마련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근무한 경찰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기동대원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청 소속 기동대원 B씨는 “코로나 19 진단 결과 양성인지 음성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며 “동료 경찰뿐 아니라 가족이나 시민에게 혹시 전파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시행한 자가격리 조치가 허울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코로나19 검사 및 확진 시 경찰부대 운영 조치계획’에는 “검사결과 확인 시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부대에 대기하며 근무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러나 B씨는 “검사 당일에만 근무를 배제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했다”며 “검사를 아직 받지 않은 인원을 근무에 투입하는 건 자가격리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치안 공백 때문에 불가피”

경찰은 해명 과정에서 엇박자를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성 판정 전까지 근무에서 배제하라는 것이 지침”이라며 “일선에서 경찰 병력을 실제로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지방청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에도 검사를 받기 전까지 자가격리하라는 내용은 없다"며 "경찰 조치계획상 근무배제는 부대 내에 의심환자나 확진자가 나올 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 여건상 7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하루에 다 검사를 받기가 어려웠고 치안공백 문제도 있었다"며 “검사를 받지 않은 대원도 하루에 두 번씩 발열 체크를 하고 의심증상을 호소하는 인원은 근무를 배제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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