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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각자도생으론 한계…512만 대구·경북 단일권 돼야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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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창 이철우 지사

지자체의 행정구역 중심사고는 광역 협력을 막는 고질이다. 전국이 거미줄 교통망으로 하루 생활권이 되면서 지자체를 넘는 행정 수요는 넘쳐난다. 하지만 지자체는 민선이 거듭하면서 저마다 철옹성을 쌓았다. 행정의 경계선이 장벽이 됐다. 지자체는 각개약진한다. 여기에 중앙 정부는 자치·분권의 대의 앞에 개입을 꺼린다. 지방은 대부분 소멸 위기에 직면해있지만, 축성(築城)의 구조는 견고하다. 세계적 추세인 행정구역의 광역화·유연화가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1995년 민선 직전 39곳의 도농(都農) 통합시가 탄생했지만, 그 이래 개편은 3건(통합 여수시·창원시·청주시)에 불과한 이유다. 광역단체나 기초단체 간 협력 체제도 적고, 그나마 수준이 낮다.

주민투표와 통합 특별법 제정 거쳐 #2022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 목표 #통합땐 두 단체 소모적 경쟁 불필요 #대구 핵으로 경북이 동반 발전할 것

그런 점에서 대구광역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움직임은 신선한 대실험이다. 지난해 말 이철우(65) 경북도지사가 본격 주창한 이래 통합의 밑그림까지 나왔다. 그에게 광역단체 간 첫 통합의 비전과 방식에 관해 물어보았다.

통합되면 수도권 단핵 구조가 다핵 구조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움직임은 광역단체에서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이 각자도생하면 청년과 미래세대에 희망이 없는 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환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 움직임은 광역단체에서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이 각자도생하면 청년과 미래세대에 희망이 없는 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환 기자

왜 행정통합인가.
“무엇보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고령군 하나가 사라질 정도의 인구(3만4733명)가 줄었다. 현재의 제도와 틀 안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여기에 사람·산업·금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크다. 교통과 통신 발달로 주민의 생활권은 확대하지만, 행정구역은 여전히 나뉘어 있다. 대구·경북 간 지하철 연장, 취수원 갈등 문제뿐만 아니다. 첨단산업 유치 등을 위한 경쟁까지 하고 있고 해결 방안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세계는 국가 경쟁에서 도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처럼 각자도생이라면 대구·경북은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 없는 땅이 될지 모른다. 행정통합은 함께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시작됐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행정통합이 수도권 블랙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수 대학, 대기업 본사, 의료기관, 좋은 일자리, 연구·개발 투자액 등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지표에서 집중은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의 지역총생산(GRDP) 비중은 40년 새 11.8%에서 8.7%로 줄었다. 경북의 23개 시·군 가운데 19개 시·군이 소멸위기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인구는 512만명, GRDP는 165조7000억원 규모다.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은 제3의 자치단체가 된다. 이렇게 되면 공항과 항만을 함께 갖춘 물류 중심의 국제도시로 세계적 도시와 당당하게 경쟁이 가능하다. 대구라는 핵(核)을 중심으로 경북이 동반 발전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지방 소멸의 방파제 역할도 할 것이다. 국토 개발 측면에선 수도권 중심의 단핵 구조가 다핵 구조로 바뀐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안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안

행정통합이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얘기인가.
“초광역 지방정부를 구성하면 수도권 집중을 막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지역 특화 발전을 추진하면 지역 내 젊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경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을 하면 교육·의료·문화·복지 분야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확충된다. 중앙 정부와의 협상력 강화로 여러 권한과 특례도 받아 획기적 지방분권도 할 수 있다.”
그런 구상은 다른 지역과 발맞춰 나갈 때 힘을 더 받을 수 있다.
“광역 자치단체 간 통합은 지방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은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을 기치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을 축으로 울산·경남 경제권을 결합해 수도권에 맞서는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려는 구상이다. 부·울·경은 사업이 본격화하면 행정통합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남·광주와 대전·세종·충남도 민간 차원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우리의 행정통합이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든다면 광역단체 간 통합 촉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지역 경제와 관련한 행정통합의 비전은.
“산업화 시대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다. 대구의 섬유,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은 산업화를 이끌고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얘기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27년째 최하위권이고, 경북도 6위 수준이다. 2000년대 이후 두 지역의 제조업 생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력·산업 인력·투자 요인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 유치가 어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인구 512만명의 매력적인 소비 도시가 된다. 하나의 경제권, 하나의 생활권이 탄생한다. 통합 신공항(의성·군위)과 영일만 신항의 관문을 통해 물류와 기업 유치에도 획기적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되면 대구와 경북이 굳이 소모적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대구는 서비스·금융·의료·교육·문화 중심으로 발전하고, 경북은 제조업·문화관광·바이오·에너지산업 중심으로 개조할 수 있다.”
3대 거점 경제권 구상

3대 거점 경제권 구상

지역 경쟁력만큼 주민의 편익 향상도 긴요하다.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을 규제 완화로 연결하면 기업 유치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광역행정기구 외 소방본부, 공무원교육원, 보건환경연구원, 도시공사 등 유사 업무 통폐합을 통해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복지·문화·생활 SOC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첨예한 대립 양상의 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의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다. 대구~포항, 대구~구미, 대구~신공항~도청의 도시철도 광역화도 가능하다. 생활권과 행정구역 불일치에 따른 공공 서비스의 비효율성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행정 통합은 주민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행정통합 방식에 대한 구상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식의 일방적 통합이 아닌 일대일의 대등한 통합으로 하나의 특별자치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의 8개 구·군과 경북의 23개 시·군 등 31개 기초자치단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대구시는 인구 250만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 시보다 높은 자치권을 가진 특례시로 지정해 위상을 그대로 존속할 계획이다. 가칭 대구경북특별자치도의 도지사는 초광역적 기능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한다. 도청은 현 경북도청사(안동)에 두게 된다.”

일방적 통합 아닌 일대일의 대등 통합 구상

대구시 입장이 궁금하다.
“행정통합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도지사 당선 후 1년 반 동안 지켜보면서 경북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게 됐다.”
행정통합은 행정개혁과 맞물릴 때 더 빛을 발한다. 일본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의 통합 계획은 이중행정 해소를 통한 예산 절감을 내걸고 있다.
“오사카 부와 시의 통합 계획은 지방의 생존 전략이다. 2011년부터 추진됐고, 올해 말 주민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분산된 도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행정의 낭비 요소를 없애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행정통합 로드맵은 어떻게 돼 있는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2022년 7월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다. 통합은 크게 3단계로 추진한다. 1단계는 시·도민들의 공감을 통해 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한다. 2단계는 주로 정부와 국회의 공감과 지원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핵심은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이다. 특별법에 다양한 행·재정 특례와 제도적인 장치를 담을 예정이다. 마지막 단계는 행정통합 자치도 출범을 위한 준비 단계와 출범이다. 하나의 자치단체로 통합하는 만큼 대구와 경북이 갖고 있던 기존의 자치법규와 행정기구 제도를 정비하고 시·도민 화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