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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에 봉지라면이 살아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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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 사태에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비상식량으로 꼽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코너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사태에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비상식량으로 꼽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코너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올해 상반기 라면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라면·안성탕면·진라면 등 봉지면 #상반기 시장 비중 65.7%로 반등 #판매 늘던 컵라면은 3.2%P 뒷걸음

20일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1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자리를 잡으면서 온라인 라면 주문이 크게 늘었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집 근처 편의점·슈퍼마켓에서 라면을 사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판매 비중은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소비자의 비대면 장보기가 늘면서 라면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농심의 경우 상반기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에서 라면 매출은 4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라면 시장은 커졌지만 눈에 띄는 신상품은 별로 없었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신제품보다 기존에 나온 인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라면 시장 1위인 신라면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2위 짜파게티는 23.2% 늘었다. 5위권 안팎이었던 안성탕면은 전년 동기 대비 34.9% 성장하며 3위로 뛰었다. 농심 관계자는 “안성탕면의 장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라고 말했다. 오뚜기의 진라면(매운맛)은 4위, 팔도 비빔면은 5위를 차지했다.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시장 비중 추이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시장 비중 추이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면서 끓여 먹는 봉지라면 판매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지난해까지 라면 시장의 상황과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국내 라면 시장에서 용기면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봉지라면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용기면은 뜨거운 물만 부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라면 시장에서 용기면의 비중은 2016년 33.2%에서 지난해 37.5%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라면 시장에서 용기면 비중은 34.3%로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라면을 먹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봉지면의 비중이 커졌다. 봉지면은 용기면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양도 많다. 대신 라면을 끓일 냄비와 전자레인지 등 조리도구가 필요하다. 농심은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이른바 ‘집쿡’(집에서 요리하기)이 일상화됐다. 라면도 간식의 개념에서 벗어나 식사나 요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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