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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 여직원 아닌…" 어느 검사의 프로포폴 감형 황당 사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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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성형외과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뉴스1]

강남의 한 성형외과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뉴스1]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의 18일 결심 공판. 검찰은 고개를 숙인 채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채 전 대표가 같은 전과가 있음에도 재범했고, 범행 기간과 횟수가 상당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실형 필요성을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검찰은 이후 채 전 대표가 "자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 해당 성형외과 원장 구속에 기여했다"며 재판부에 감형 필요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사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검사 구형이유 中

공판 검사=특히 프로포폴이 더이상 유흥업소 여직원이 피부미용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재벌 남성도 중독될 수 있다는, 오남용 위험을 알린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

"유흥업소 여직원 아닌 재벌남성 중독 알려" 

검찰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주로 유흥업소 여직원들이 쓰는 마약이고, 채 전 대표가 상습 투약을 통해 재벌 남성도 중독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렸으니 양형에 반영해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 투약에 남녀를 구분한다기 보다 이번 사건으로 프로포폴이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위험한 마약임이 드러났다는 취지"라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납득하기 어려운 구형 의견"이란 비판이 나왔다.

"마약의 남녀가 어딨나" 

검사 출신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프로포폴은 유흥업소 여성만 쓰는 마약이 아닐뿐더러 채 전 대표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마약 사건 변호를 맡았던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마약 사건의 남녀 구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식의 구형 사유는 처음본다"고 말했다.

채 전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 구형에 대해 "피고인은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지만 더 늦기 전에 발각돼 다행이라는 심정"이라며 "죄가 가볍지는 않지만 원만히 사회복귀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에게 불법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실형을 구형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검찰은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에게 불법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실형을 구형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채승석 "후회하고 반성한다"

채 전 대표도 최후진술에서 "후회하고 반성한다. 지속적인 병원치료와 운동으로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채 전 대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인의 인적사항을 건네 거짓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채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애경그룹에서 물러났다. 그의 1심 선고는 다음달 10일에 열린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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