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측이 법무부의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과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법무부 외부에서 직제개편안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전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법무부 직제개편안 사실상 거부' 중앙일보 기사와 함께 글을 올려 "법무부 안에서 짠 것 같지는 않고, 밖에서 누군가 짜서 밑으로 내려보낸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제개편 과정이) 정상적이라면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해서 그것을 위에서 조정해서 발표했을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평검사들이 반발하는 개편안을 만들어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직제개편안 구성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모종의 국정농단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검찰의 형사·공판부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이날 대검 측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대검은 이를 수렴·정리한 뒤 회신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의 일방적인 '통보'식 의견 조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 11일 법무부는 대검에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통보한다. 직제개편안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특수·공안 담당 차장검사급 직위 4개를 없애는 게 골자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부도 기존 3차장검사 산하에서 4차장검사 산하로 옮기고 형사·공판부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개편안이 알려진 뒤 법조계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 정원을 줄여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13일 결국 실무를 담당했던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다"며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를 일방적으로 추진, 바로 직제 안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우려하게끔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