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세 번이면 어때요. 고치면 되지요.”
최근 15년간 세 차례 암과 싸워 기적처럼 이겨낸 최영준(71·사진) 씨는 이렇게 덤덤하게 말했다. 최씨는 2004년 이후 세 개의 암을 앓았다. 당시 잇몸에 뭐가 나서 입병인 줄 알고 약국에서 연고를 사다 발랐는데 보름이 지나도록 나을 기미가 없었다. 칫솔질할 때 아픈 부위를 건드리면 피가 많이 났다. 이상하다 싶어 집 근처 대학병원을 찾아 조직검사를 했더니 치은암이었다. 의사는 당장 수술을 권했다.
암 치료 성적 향상되며 생존자 중 2차암 인구 늘어 #"암 완치돼도 꾸준히 검진 받아야"
“고혈압이 있는 것 빼고는 워낙 건강해 병원에도 잘 안 갔는데 암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식구를 데리고 와서 각서 쓰고 수술하라고 하더라고요.”
최씨는 국립암센터에서 12시간에 걸쳐 한쪽 아래턱뼈를 잘라냈다. 20년 피운 담배를 끊었다. 해마다 정기검진도 빼놓지 않고 받았다. 2012년 혀 밑에 암(구강저암)이, 2015년 폐암이 찾아왔다. 둘 다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두 번의 구강암 수술과 비교하면 폐암 수술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며 “폐를 잘라내서 그런지 호흡이 좀 가쁘긴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최씨의 구강저암과 폐암은 치은암과 무관하게 새로 생겼다. 재발 암이 아니라 2차암이다. 11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 환자 22만명(2017년 발생)을 분석한 결과 1만6000명(7.3%)이 2차암 환자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은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생존자가 매년 증가하고 이에 따라 2차암 인구가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 경험자는 다시 암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립암센터가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 통계 데이터(SEER)를 활용해 1973~2005년 미국 암 환자의 2차암 발생 현황을 봤더니 일반인보다 위험이 1.14배 높았다.
이은숙 원장은 “같은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암 발병률이 다르다”며 “한번 암에 걸렸다는 건 위험 요인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는 뜻이다. 유전 요인이나 생활 습관 때문에 다른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의 영향으로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이돼 2차암이 생기기도 한다.
1차암이 구강암인 사람에게 2차암이 올 위험이 크다. 국립암센터가 1993~2014년 구강암 환자 1만5261명을 분했더니 1096명(7.19%)에게서 2차암이 생겼다. 일반인에 비해 1.47배 높다. 1차암이 두경부암인 경우는 6.35%, 전립샘암은 4.7%, 자궁경부암은 3.68%였다. 미국 SEER 자료에서도 다른 암과 비교해 구강암·인두암을 첫 암으로 겪었을 때 이후 다른 암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최성원 국림암센터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구강암 환자 가운데 입 안 다른 부위에 또 구강암이 생기는 경우가 20% 정도 된다”라며 “담배가 입·식도·상기도 등의 점막에 영향을 미쳐 식도암이나 폐암 등 2차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완치 후에 기존 암을 검사하는 추적 검사뿐 아니라, 다른 암 검진도 꼬박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암이 완치되면 ‘병원에 안 가도 되겠지’라고 여기는데 암을 앓았다면 매년 위내시경이나 폐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을 받아야 완치 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