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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회심의 카드 대선 전 백신…"차기 대통령 취임식쯤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월 31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은 165종이다. 이중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것은 26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31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은 165종이다. 이중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것은 26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또 하나의 비상등이 켜졌다. 11월 대선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공언하며 속도전에 나섰지만 회의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다. 경쟁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꺼내 든 '회심의 카드'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모더나 백신, 3상시험 피실험자 15% 등록 #예정대로 진행돼도 '대선전 승인'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11월 3일(대선) 이전이나 그 무렵에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아니면 개발까지 2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자신의 성과를 내세웠다.

현재 미국내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건 제약사인 모더나다.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7월27일 마지막 임상시험인 3상 단계에 들어갔다. 모더나는 미국 내 87개 연구시설에서 다음달까지 성인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하고, 10월 말 연구를 끝마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11월3일) 전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목표를 근거로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자료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분석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올해 11월 대선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목표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7일까지 모더나에 등록된 피실험자는 4536명에 불과하다. 2주 동안 계획된 실험자의 15%밖에 모으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대로 가면 9월 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장도 “9월 내 피실험자 모집이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등록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대선 전 백신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더나가 개발하는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한데, 2차 접종은 1차 접종을 하고 28일 이후 가능하다. 빨라도 10월 말은 돼야 2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백신 전문가인 폴 오피트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박사는 “백신은 2주가 지나야 완전히 효과가 나타난다”며 “결국 선거일이 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접종을 마치더라도 부작용 분석 등을 거쳐 승인이 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모더나와 함께 현재 임상 3상에 들어가 있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알버트 보울라 화이자 대표는 8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2천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했으며, 9월 초까지 3만 명을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 역시 모더나 백신처럼 2회 접종이 필요해 11월 이내 상용화는 어렵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예상이다.

피터 호테즈 미 베일러의대 교수는 “대선일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내년 1월)쯤에야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백신이 미국 대선의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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