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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판해온 빈과일보 사주, 홍콩보안법 적용 전격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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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지미 라이(사진 가운데)가 10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른 아침 그의 집에 들이닥쳐 보안법 위반으로 그를 연행했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기도 한 그가 세운 빈과일보(아래 사진)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EPA=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지미 라이(사진 가운데)가 10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른 아침 그의 집에 들이닥쳐 보안법 위반으로 그를 연행했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기도 한 그가 세운 빈과일보(아래 사진)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EPA=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유명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자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72)가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그의 두 아들도 함께다.

지오다노 창업주로 유명 지미 라이 #보안법 시행 뒤 체포 1순위 거론 #두 아들, 주요 간부들도 대거 연행

홍콩 경찰은 이날 트위터에 “지금까지 보안법 29조에 따라 외국 및 외부 세력과의 유착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가 의심되는 7명을 체포했다. 이들의 나이는 39~72세”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 CNN 방송은 “홍콩 경찰 대변인은 체포된 7명 중에 라이가 포함돼 있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또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며 추가로 체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보안법은 외세와의 결탁 등을 범죄로 간주하고 최대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로이터통신은 “라이는 그간 홍콩에서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보안법을 민주화 인사 탄압에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빈과일보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AP=연합뉴스]

빈과일보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AP=연합뉴스]

외신들에 따르면 라이는 1948년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났으며 열세 살 때 낚싯배를 타고 홍콩으로 밀입국했다. CNN은 그가 섬유공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60홍콩달러(약 7달러)를 받고 빈민가에서 10명과 함께 아파트 방을 쓰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20년간 영어를 배우며 영업사원으로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모은 돈으로 파산한 의류공장을 사들였고, 의류 라인 지오다노를 론칭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89년 중국 천안문 사건에 충격받아 언론의 중요성에 눈뜨게 된다. 이후 신문사인 빈과일보와 주간지인 넥스트 매거진을 세웠다. 빈과일보는 홍콩 내 일간지 시장에서 2위, 넥스트 매거진은 홍콩 주간지 1위로 성장했다. 다른 중화권 매체와 달리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앞장서 내왔다. 94년 해당 매체들이 천안문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 총리를 비판하자 중국 정부는 본토에 있는 지오다노 매장들을 폐쇄해 버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지오다노를 매각했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빈과일보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 때도 홍콩 경찰의 과도한 진압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보안법 시행 뒤 체포 1순위로 거론됐지만, 홍콩을 떠나지 않았다. 빈과일보 영문판은 경찰이 이날 오전 7시 라이의 집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또 그의 장남 티모시와 차남 이안 및 빈과일보 고위 간부 몇 명도 함께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라이를 체포한 직후 200여 명을 투입해 빈과일보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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