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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강물에 드론 띄워 1.5㎞ 천식약 배송…7세아 건강 되찾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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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7세 남자아이가 소방방재당국이 드론으로 보낸 천식 구급약을 건네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사진은 드론에 매달린 약을 7세 남자아이 가족이 건네받는 모습. [사진 충북소방본부]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7세 남자아이가 소방방재당국이 드론으로 보낸 천식 구급약을 건네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사진은 드론에 매달린 약을 7세 남자아이 가족이 건네받는 모습. [사진 충북소방본부]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7세 남아가 소방방재당국에 의해 드론으로 배달된 의약품을 건네받아 소중한 목숨을 지켰다.

영동소방서 박국진 소방장 8일 고립된 마을에 약 보내 #기관지 확장제 받은 7세 남아 건강 되찾아

9일 충북 영동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50분쯤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의 한 주택에서 김모(7)군이 기침과 호흡 곤란 증상을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충남 아산에 사는 김군은 천식을 앓고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아버지와 함께 외가가 있는 영동군에 놀러 왔으나, 평소 복용하던 약을 소지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날 내린 폭우로 봉곡리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 입구와 외부로 나가는 통로인 봉곡교가 침수돼 병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동소방서 학산119안전센터 구급대 역시 마을 접근이 불가능했다. 구급차와 신고자가 있는 마을까지는 하천을 건너 1.5㎞ 거리였다. 구급대는 “신고자에게 접근이 불가능하다. 지원 요청을 바란다”고 무전을 보냈다.

지난 8일 오후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이 충북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의 한 주택에 드론으로 약을 보내고 있다. [사진 충북소방본부]

지난 8일 오후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이 충북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의 한 주택에 드론으로 약을 보내고 있다. [사진 충북소방본부]

 인근 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던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은 마침 차에 싣고 있던 드론이 생각났다. 그는 119 드론 동호회 소속으로 가로 40㎝, 세로 30㎝ 크기 영상 촬영용 드론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박 소방장은 구급차에 있던 기관지 확장제(벤톨린)을 드론에 테이프로 붙여서 이날 오후 7시20분쯤 봉곡리 마을회관 인근 건물로 무사히 전달했다. 박 소방장은 “신고자가 너무 먼 거리에있어서 통화하면서 계속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을 보이면 손짓을 하라고 부탁했더니 드론이 날아간 지 5분 뒤에 보인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급대원은 드론으로 보낸 약 사용방법과 용량 등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상태 악화 시 119에 재신고할 것을 고지했다. 박 소방장은 “원래 배달용 드론은 아니지만, 약은 비교적 가벼워서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매달았다”며 “배달 도중 비가 내려서 약이 떨어질 우려도 있었지만, 무사히 약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약을 먹은 김군의 상태는 호전되었고, 침수된 도로에 물이 빠진 9일 무사히 자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이 약을 보내기 위해 사용한 드론. [사진 충북소방본부]

지난 8일 오후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이 약을 보내기 위해 사용한 드론. [사진 충북소방본부]

 영동소방서는 또 지난 8일 오후 2시47분쯤 폭우에 고립된 배모(82)씨 부부를 구조대원이 산길 2㎞ 구간을 업고 대피시켰다.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과 구조대원 6명은 보트를 타고 주택에 접근해 구조하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위험성이 따른다는 판단하에 주택 뒤에 위치한 산을 넘는 육상 구조를 선택했다. 영동소방서 관계자는 “하천을 건너 500m 가면 5분이면 구조할 수 있는 거리를 구조자의 안전을 위해 1시간이 넘는 산길 도보를 통해 구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북 진안군 용담댐의 방류량을 초당 1500t에서 8일 오전 11시30분부터 초당 2900t으로 확대하면서 금강 수위가 상승해 하류 지역인 영동군 양산면·양강면 등 일대가 물에 잠겼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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