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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치던 노동계, 이의신청 왜 침묵했나…최저임금 막전막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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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8720원 시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저임금 8720원 시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내년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이 시급 872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보다 1.5% 인상된 금액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474원이다. 실질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182만2480원, 연봉은 2186만9760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나 성과급은 제외돼 있다.

실질 최저임금 시급 1만474원…노사, 이의 제기 안 해

고용노동부는 5일 이런 내용의 2021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했다. 1.5% 인상은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확정 전 이해관계자들의 이의신청을 받았지만 노사 단체 모두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노사는 지난달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8720원으로 확정하자 수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반발했다.

결정 당시엔 노사 모두 "역대 최악" "역성장에 찬물" 등 반발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며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너무 실망스럽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 위기 논리와 최저임금 삭감·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이 몇 년간 급격히 인상됐고, 코로나19로 경제 역성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최소한 동결돼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격한 반응과 달리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노사 모두 내년 최저임금을 수용하는 의사를 표현한 셈이 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계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액을) 받아들이고, 경영계는 동결할 경우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 효과가 나타나 최저임금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으며 찬성 9표, 반대 7표로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으며 찬성 9표, 반대 7표로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뉴시스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 2%대 인상률 제시…최저인상률 사실상 논의 과정에서 예고된 셈

사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역대 최저인상률은 예고됐었다. 노동계는 막판 조율 과정에서 2%대 인상률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노동계의 2%대 인상 제안을 사용자 측이 받아들였으면 만장일치로 결정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계가 사실상 동결 수준인 1%대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2% 안을 반대해 무산됐다.

민주노총 논의 보이콧, 한국노총 표결 불참…"명분 챙기고 비판 피하려 한 듯"

최저임금 심의 도중에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이 집단 퇴장했다. 막판 표결을 앞두고는 한국노총 근로자 위원도 보이콧했다. 민주노총이 논의 자체를 보이콧하는 과정에선 "끝까지 테이블에 남아 조금이라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결정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9%)을 두고 민주노총은 소속 근로자 위원 전원 교체라는 내홍을 겪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협상까지 완주하면 민주노총 내부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가 결정한 것 아니다는 명분을 챙기고 비판을 피하기 위해 퇴장한 것으로 보인다"(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도 한때 보이콧 주문 나와 긴장…사용자 위원들 "철수하면 더 인상될 수 있다" 거부

경영계도 논의 과정에서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이 논의 촉진구간(0.3~6.1% 인상)을 제시했을 때다. 경총 내부에서 최저임금 협상장 철수, 즉 보이콧 얘기가 흘러나왔다. "최소한 동결이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용자 위원들이 "지금 철수하면 더 높은 인상률로 결정될 수 있다. 최대한 인상 폭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보이콧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사용자 위원(소상공인 퇴장)이 마지막까지 협상하며 1.5%로 인상률을 정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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