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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아재들만 신난다? 천만에 그 썰에 390만 열광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오전 유튜브 조회수 390만 회를 넘어선 채널 '미션 파서블'의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5일 오전 유튜브 조회수 390만 회를 넘어선 채널 '미션 파서블'의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설마 아무것도 안 주겠어’ 하면서 배 타고 섬에 들어가는데요. 밥은 안 주고 식사 시간 내내 선착순 달리기만 시켜요. 아무것도 못 먹고 물도 없고 날은 춥고 너무 힘들었어요. 19주 동안 훈련받으면서 몸은 완벽하게 만들어졌는데 밥을 안 주니까 진짜 죽겠더라고요.”

한 남성이 고된 군 훈련으로 악명 높은 이른바 ‘생식주’를 회상하는 유튜브 영상이 5일 오전 기준 390만 번 조회됐다. 생식주는 4박 5일 동안 음식 제공 없이 진행되는 훈련이라고 한다. 유튜브 채널 ‘미션 파서블’에 출연하는 유튜버 ‘에이전트 H’(활동명) 얘기다. 에이전트 H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이다. 프로젝트 H는 무수면 훈련이 진행되는 ‘지옥주’에 대한 영상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160만 번 재생됐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지옥주 동안에는 잠을 안 자고 군복·군화도 벗지 않는다”며 “훈련을 마치고 군화를 찢었더니 발톱 10개가 다 빠져있었다”고 회상했다.

700만 회도…군 관련 영상 유튜브서 화제 

지옥주 관련 얘기를 하는 유튜버 '에이전트 H'. 사진 유튜브 캡처

지옥주 관련 얘기를 하는 유튜버 '에이전트 H'. 사진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에서 군대 관련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전단 대원(UDT) 관련 영상이 인기다. UDT/SEAL 출신으로 알려진 유튜버 ‘김계란’ 등이 출연하는 ‘피지컬 갤러리’는 구독자 수가 235만 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엔 일반인이 UDT 관련 무사트(MUSAT : Multi UDT/SEAL Assaulting Tactics) 훈련 과정을 체험하는 ‘가짜사나이’ 시리즈가 회당 조회수가 낮게는 200만 회, 높게는 700만 회를 넘어서며 화제다. 해당 시리즈에서 교관으로 출연한 에이전트 H 등 특수부대 출신 유튜버도 덩달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군대 영상이 인기를 끌자 방송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KBS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과 EBS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은 UDT 관련 다큐멘터리를 최근 각각 공개했다. 각 영상은 조회 수 수십만회를 넘어섰다. 이런 영상에는 “힘들 때마다 보러 온다” “엄청난 훈련이다. 나도 열심히 살겠다”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한 네티즌은 “인생에서 필요한 건 정신력밖에 없구나”라고 했다.

에이전트H가 UDT 관련 경험을 털어놓은 영상은 "군대 썰을 풀다가 혼자 신난 아재가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의 양해 바란다"는 문구가 처음에 등장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에이전트H가 UDT 관련 경험을 털어놓은 영상은 "군대 썰을 풀다가 혼자 신난 아재가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의 양해 바란다"는 문구가 처음에 등장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전문가 "힘든 2030, 영상으로 위로"

5일 오전 기준 조회 수 760만 회를 넘어선 '가짜사나이'. 사진 유튜브 캡처

5일 오전 기준 조회 수 760만 회를 넘어선 '가짜사나이'. 사진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군 관련 유튜브 콘텐트의 인기에 대해 “주로 젊은 층이 영상을 소비한다고 고려했을 때 자신의 현실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극제로 삼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자주 느끼는 젊은 세대가 나보다 힘겨워 보이는 이들을 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꿋꿋이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영상을 통해 간접 경험하며 ‘저렇게 힘들 수도 있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내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취업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있는 젊은이들이 군 관련 콘텐트로 힘과 위로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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