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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명률의 비밀···男 아닌 女흡연율 높은 나라 왜 높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퍼진 브라질 마나우스의 파르케 타루마 공동 묘지에서 묘지관리인이 조화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퍼진 브라질 마나우스의 파르케 타루마 공동 묘지에서 묘지관리인이 조화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구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여성 흡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치명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연구팀 209개 국가별 분석 #한국 2.09%…중간값 2.19%와 비슷 #"한국 검사 많이 실시해 치명률 낮아"

스톡홀름·외레브로 대학 등 스웨덴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209개 국가·영토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을 분석한 결과, 2~3%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명률(CFR)은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사망자의 비율을 말하는데, 209개 국가·영토별로 계산한 치명률을 평균한 값은 3.31%이고 중간값은 2.19%로 산출됐다는 것이다.

7월 4일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전 세계 1828만명의 확진자와 69만3700명의 사망자를 바탕으로 국가·영토 구분 없이 단순 계산하면 3.8%의 치명률이 나온다.

사스·메르스보다는 훨씬 낮아

스웨덴 연구팀은 통계자료 사이트(Our World in Data 웹 사이트)에서 지난달 2일 확보한 전 세계 1045만 건의 확진자와 51만1000명의 사망자 자료 분석해 이 같은 수치를 얻었다.
치명률이 가장 높은 곳은 예멘으로 27%에 이르고, 서유럽과 북유럽은 14~19%, 북미는 9~12%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한국의 치명률은 4일 현재 2.09%다.

코로나19의 치명률 2~3%는 사스(SARS·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의 치명률 9.6%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34.5%보다는 훨씬 낮지만, 신종인플루엔자 치명률 0.07%나 계절 독감 0.1%보다는 높은 편이다.

인구·소득과 관련 있어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있는 샌디에고 공동묘지에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무덤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있는 샌디에고 공동묘지에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무덤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통계분석을 통해 국가별 인구 규모와 여성 흡연율이 치명률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인구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나면 치명률이 0.48% 증가하고, 여성 흡연율이 두 배가 되면 치명률이 0.55%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구 규모가 클수록 치명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연구팀은 "인구가 많은 나라의 경우 사망자는 많지만 진단 검사는 상대적으로 적게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인구가 많을수록 사망자가 많고, 그에 따라 의료 시설 부족이 심하거나 치료 효율이 낮아 인구 규모가 작은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구 밀도와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았다.

다른 연구에서는 일본·이탈리아·이란의 경우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보고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다른 요인들 탓에 연관성이 낮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 중 일부는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증상이 심하거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진단을 시행한 영국과는 달리 진단 검사를 강화한 한국·독일의 경우 치명률이 낮았다.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치명률이 낮은 것과 관련해서는 통계 부실일 가능성도 있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이나 아직 전파의 초기 단계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여성 흡연율은 소득 수준 반영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여성 흡연율과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 연구팀은 여성 흡연이 전반적인 국가의 소득 수준을 반영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흡연 습관의 전파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는 남성 흡연이 훨씬 많다가 수십 년 후에는 여성이 따라잡는 형태를 보인다"며 "남성 흡연은 감소하기 시작한 후 여성 흡연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의 여성 흡연율은 낮은 편이고, 유럽 국가에서는 남성과 여성 흡연율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무증상 전파자가 상당수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명률이 실제보다 높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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