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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는 박원순 고소했다" 김재련 고발한 적폐청산연대…2차가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시민단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무고 및 무고 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김 변호사가 A씨를 부추겨 죄 없는 박 시장을 고소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제 3자의 무고 고발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성추행이라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진영 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경찰청에 방문한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 당시 신 대표는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을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경찰청에 왔다. 뉴스1

지난달 21일 경찰청에 방문한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 당시 신 대표는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을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경찰청에 왔다. 뉴스1

적페청산연대, "변호사가 사실 왜곡" 고발 

4일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적폐청산연대) 신승목 대표는 "경찰청에 김재련 변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적폐청산연대는 "한마음 한뜻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며, 국민이 적폐청산에 앞장선다"는 취지로 활동중인 시민단체다. 신 대표는 "김 변호사가 공개한 박 시장의 성추행 증거들을 봤을 때 범죄 성립요건이 미비하다"며 "일반 국민들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고소"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A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는 음란 사진이 다른 직원들도 본 런닝셔츠 차림의 사진이었다"며 "A씨가 비서실의 권유로 다른 업무로 전보될 당시 작성한 인수인계서에는 '비서로서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변호사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데 마치 박 시장이 지속적인 성추행을 범한 것으로 왜곡하고 고소인을 설득한 행위가 무고 및 무고 교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장공동취재단]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장공동취재단]

신 대표는 이번 고발의 목적은 "박원순 시장의 명예회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 저들의 실체와 함께 박원순 시장님의 명예회복을 해야 할 중대한 사건이기에 최선을 다해 고발장을 작성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신 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에도 김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신대표는 박 전 시장이 숨진 서울 종로구 와룡 공원 일대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했다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운영진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14일 고발했다.

김재련, "신승목 대표가 무고다"

김재련 변호사는 적폐청산연대의 무고 교사 고발에 대해 "오히려 그분(신 대표)이 무고다"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나를 찾아왔고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고소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가해자의 신분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김 변호사를 찾아오기 전 서울시에 먼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외부단체를 찾았고 이 단체의 법률자문위원이던 김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김 변호사와 피해자는 지난 5월 12일 처음으로 만나 상담을 진행했다.

앞서 고소인을 지원하는 여성단체들 역시 "여성단체나 변호인은 피해자의 의사를 따른다"고 밝혔다. 송란희 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나 변호인이 고소를 부추겼다는 주장은 피해자를 비자발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든다”며 “이 자체로 피해자의 존엄성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당시 송 사무처장은 또 "피해자는 변호인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했고, 모든 사안을 우리와 상의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 "고발 행위에 2차 피해 우려" 

일부 법조인들은 "성폭력 사건에서 제3자의 고발 행위는 2차 피해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인권센터 법률자문인 박찬성 변호사는 "아직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며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고발은 그 자체로 2차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박 변호사는 "고발이 없어도 피고소인에게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어차피 검사는 고소인의 무고 여부를 따져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여성변호사회 소속 장윤미 변호사 역시 "성범죄 사건에서 무고 맞고소는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왕왕 쓰인다"며 "굳이 고발하는 행위는 피해 여성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법률대리인인 변호사를 무고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며 "저의가 있어 보이는 고발"이라고 지적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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