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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도 손잡은 넷플릭스…OTT계의 아이폰될까, 포식자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다음 달 3일부터 IPTV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토종 OTT끼리 뭉쳐 넷플릭스에 대항해야 할 마당에, 통신사들이 대오를 이탈해 넷플릭스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당연한 전략적 제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다음 달 3일부터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KT 모델들이 올레tv에서 제공하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다음 달 3일부터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KT 모델들이 올레tv에서 제공하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KT는 다음달 3일부터 올레tv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올레tv 이용자는 월 9500원, 1만2000원, 1만4500원 중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해 추가 결제하면 넷플릭스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신용카드 등록 없이 KT 통신료에 넷플릭스 구독료가 같이 청구된다.

넷플, 2년새 가입자 10배↑…"KT 제휴로 독주 가속화"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IPTV 가운데 LG유플러스의 U+ tv에서만 서비스됐다. 양사는 2018년 독점 제휴를 맺었다. 앞서 2016년에는 케이블TV 방송사 딜라이브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이번에 KT와 추가 제휴를 함으로써 넷플릭스는 737만7514명(2019년 하반기 기준)의 KT 가입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의 국내 미디어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272만명(3월 기준)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와 제휴를 계기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2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IPTV 1위 사업자인 KT까지 넷플릭스와 손잡자 국내 OTT 시장이 넷플릭스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U +는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IPTV로 넷플릭스 콘텐트를 공급해왔다. [LG유플러스 제공]

LGU +는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IPTV로 넷플릭스 콘텐트를 공급해왔다. [LG유플러스 제공]

"거대 통신사 '넷플 모셔오기' 행보에 실망" 목소리도 

업계 일각에서는 KT 행보에 대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맏형 노릇을 해야 할 KT가 '넷플릭스 모셔오기'에 동참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앞서 30일 열린 국회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은 지금 미디어 주권 상실 위기에 있다"면서 "(넷플릭스가) 이미 (국내잠식을) 노리고 있는데, 모 통신사(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직접 제휴를 하고, 이걸 또 다른 통신사(KT)가 따라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우(국내 경쟁자) 잡으려고 호랑이(넷플릭스)를 들이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국내 콘텐츠가 넷플릭스 입맛대로 제작·납품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KT 같은 거대 통신사까지 넷플릭스 마케팅에 나서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나 유료방송 시장은 넷플릭스 하청업체밖에 더 되겠냐"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2022년까지 3200억원을 들여 한국형 넷플릭스 4~5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안'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은 OTT업계 '아이폰'. 국내 OTT 성장 동인 될 것"

하지만 KT측은 "넷플릭스를 한국 미디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고 반박한다. 김훈배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엄청나게 우려했지만, 결국 한국 스마트폰 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졌다"면서 "넷플릭스도 국내 OTT 업계 경쟁력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수직 상승시킬 아이폰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와 전략적 제휴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미디어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넷플릭스와 통신사의 제휴를 막는 것은 한미 FTA 위반이자, 국내 중소 OTT 업체의 콘텐츠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등에 업혀 세계에 진출할 기회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의력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미디어 시장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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