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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평균 22개 쾅…꾸준한 ‘홈런 장인’ 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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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년 장사’ 최정은 이제 청년이 됐다. 그래도 장타력은 여전하다. 29일 양준혁을 제치고, 통산 홈런 순위 2위에 등극했다. 다음 목표는 ‘라이온킹’ 이승엽이다. [연합뉴스]

‘소년 장사’ 최정은 이제 청년이 됐다. 그래도 장타력은 여전하다. 29일 양준혁을 제치고, 통산 홈런 순위 2위에 등극했다. 다음 목표는 ‘라이온킹’ 이승엽이다. [연합뉴스]

“내 공을 방망이가 부러진 채로 휘둘러 홈런을 친 선수는 처음 봤다.”

통산 352홈런, 양준혁 넘어 2위 #슬럼프 없이 16년간 쌓은 대기록 #김성근 전 감독도 놀란 훈련벌레 #이승엽이 세운 기록과 115개 차

2006년 6월, 당시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 구대성(51·당시 한화 이글스)이 프로 2년 차 최정(33·SK 와이번스)에게 9회 역전 3점 포를 내준 뒤 한 말이다. 최정은 구대성의 몸쪽 꽉 찬 공을 당겨쳤다. 타구는 휘지도 않고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구대성은 “미국, 일본에서도 내 공을 이렇게 친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한 마디로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당시 19세였던 최정은 그날 이후 ‘소년 장사’로 불렸다. 전설의 홈런타자들 뒤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여전히 현역인 최정은 이미 전설의 홈런타자 반열에 들었다. 29일 인천 LG 트윈스전 3회말 솔로포(17호)를 터뜨렸다. 개인 통산 352호 홈런. 최정은 통산 351홈런의 양준혁(51·은퇴)을 제치고 역대 통산 홈런 2위로 올라섰다. 최정 앞에는 이제 467홈런의 이승엽(44·은퇴)뿐이다.

대기록을 세우고 있음에도, 최정은 한 시대를 호령한 홈런타자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다. ‘소년 장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후, 한 시즌 20홈런을 기록하기까지 4년 걸렸다.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3할대 타율과 홈런 20~30개씩 쳐주는 장타자였다. 그 사이 고교 시절부터 경쟁자였던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가 급부상했다. 박병호는 2012~15년 4시즌 연속 홈런왕이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최정은 프로 저년차에 한국시리즈 챔피언,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등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홈런왕이 되기까지는 11시즌 걸렸다. 처음 홈런왕이 된 건,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뒤인 2016년이었다. 생애 첫 40홈런을 기록했지만, 에릭 테임즈(34·워싱턴 내셔널스)와 홈런 공동 1위가 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2017년에도 46홈런으로 홈런 1위에 오르면서 ‘최정 홈런왕 시대’가 열리나 했다. 하지만 돌아온 박병호와 외국인 타자들에게 밀렸다. 2018년 35홈런, 2019년 29홈런 등 홈런도 점차 줄었다. 팀이 부진할 때, 타격감이 같이 가라앉는 것도 최정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SK는 시즌 초부터 하위권에 처졌는데, 최정도 5월 1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3할대 타율로 회복했지만, 팀은 여전히 9위다. 팀의 간판타자이다 보니 팀 순위가 떨어지면 팬들의 질타도 그에게 향한다.

최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말주변이 없어 자신을 포장하지도, 자신에 관해 변명하지도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해외나 다른 팀에 가지 않고 SK에 남았다. 김성근 전 감독까지도 최정에 대해선 “보통 독한 선수가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늘 똑같이 훈련 또 훈련이다. 홈런타자로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하다. 앞으로 115홈런을 더 치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날을 기대한다면, 그건 최정의 꾸준함 때문일 것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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