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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고유정 사건…잠든 아내 살해 후 변기에 흘려보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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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쉬(許) 모 씨(왼쪽)와 피해자 라이(來) 모 씨(오른쪽) [사진=진르터우탸오]

피의자 쉬(許) 모 씨(왼쪽)와 피해자 라이(來) 모 씨(오른쪽) [사진=진르터우탸오]

이혼한 전남편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 유기한 고유정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최근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항저우(杭州) 경찰은 지난 25일 이달 초 부인을 실종 신고했던 남편 쉬(許) 모 씨가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특히 실종된 아내의 신체 일부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의 정화조에서 검출돼 남편의 잔혹한 살인 수법과 치밀한 사체 훼손·유기 방식이 전 중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정화조’, ‘고기 분쇄기’, ‘수돗물 2톤’ 등 사건과 관련된 키워드가 퍼지고, 범인이 사용한 것과 같은 모델이라고 광고하는 육류 분쇄기 업체가 등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7월 6일 전날 새벽 아내가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쉬 씨의 신고와 가족들의 제보로 시작됐다. 조사 중 수상한 점을 발견한 경찰은 단순 실종 사건을 강력 사건으로 전환했다. 총 60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주변 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고, 1075명을 탐문 조사한 결과 7월 4일 17시 04분 딸과 함께 건물로 들어간 라이(來) 씨가 집 밖으로 나온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저우 경찰이 공개한 수사 영상. 경찰이 수사를 위해 정화조의 오폐수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시과스핀]

항저우 경찰이 공개한 수사 영상. 경찰이 수사를 위해 정화조의 오폐수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시과스핀]

정화조에 범행 관련 증거가 남아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정화조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22일 40여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수사팀은 25시간에 걸쳐 정화조에서 분뇨수거차량 38대 분량의 분뇨를 추출해 피해 여성의 신체 일부로 추정되는 증거를 찾아냈다. DNA 검사 결과 실종된 라이 씨의 것과 일치했다.

실종 신고 후 실종자의 남편의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진르터우탸오]

실종 신고 후 실종자의 남편의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진르터우탸오]

사건 초기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공개 인터뷰를 할 정도로 대범한 모습을 보였던 남편은 치밀한 심문 끝에 23일 사건 전말을 자백했다. 경찰이 밝힌 남편의 살인 동기는 가정불화로 인한 원한이었다. 범인 쉬 씨는 아내가 잠들자 베개로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변기로 흘려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고기 분쇄기’는 연일 중국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범행 당일 수도 사용량이 2톤에 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돗물 2톤’도 검색 키워드가 됐다.
55세인 피의자 쉬 씨는 운전기사였으며, 피해자 라이 씨는 올해 51세로 청소용역부였다. 이혼 경력이 있는 쉬 씨와 라이 씨는 2008년 재혼했고, 슬하에는 쉬 씨와 전처 사이의 두 아들과 라이 씨와 전남편 사이의 딸,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11살 친딸이 한 명 있다. 범행 당시 친딸도 집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딸의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과 관련한 중국 SNS 댓글 [더우인 캡처]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과 관련한 중국 SNS 댓글 [더우인 캡처]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과 관련한 중국 SNS 댓글 [더우인 캡처]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과 관련한 중국 SNS 댓글 [더우인 캡처]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 관련 패러디. [중국신문망 캡처]

항저우 정화조 토막살인사건 관련 패러디. [중국신문망 캡처]

경찰 발표 이후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성 혐오성 게시물이 넘쳐나면서 사회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정폭력 성향의 남편이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에 “말 안 들으면 정화조 행이다” “고기 분쇄기 경고” “너라면 물 2톤으로도 부족하다” 등 여성 혐오 패러디물이 등장했다. 중국 여성 사이에서는 “변기에 버려지기 싫으면 남편에게 잘해야 한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님” 등 자조 섞인 유행어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 사이에서 “(범인이 사용한 것과)같은 고기 분쇄기”라는 광고까지 등장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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