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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양과학 교육과 해양강국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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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2017년 5월 유엔은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에서 2021년부터 10년간을 해양의 쇠퇴를 막기 위해 ‘진정한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인 해양 관측 체계 구축 ▶해양 생태계와 그 기능에 대한 정량적인 이해 ▶모든 해양에 대한 다각적인 관측·연구·예측 등 일곱 분야의 해양과학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해양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증진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동력이라는 인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양과학 분야에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이어왔다. 7000t급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로 극지를 탐사하고 무인 잠수정 ‘해미래’(海未來)로 6000m 이상 심해를 탐구할 수 있게 됐다. 국토 최남단 이어도와 남극에서 운영하는 해양과학기지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해양과학기술의 요람으로 꼽힌다. ▶지능형 수중작업 로봇 ▶자율운항 선박 ▶해양 바이오 물질 ▶해양 에너지 개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융·복합 분야 개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바다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부족하다. 교육 분야가 특히 그렇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해양 관련 내용은 6.7%에 불과하다. 교원의 70% 이상이 해양교육 경험이 전혀 없다. 해양수산에 대한 20대의 무관심 비율은 70%에 이른다. “바다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의 삶이 바다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해양적 소양’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해양적 소양 증진과 해양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하는 ‘해양교육 종합 로드맵’을 수립했다. ▶연령별 맞춤형으로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대학생 해양인재를 육성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지난 2월에는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체계적인 해양교육과 해양과학 기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31일 경북 울진에 국립해양과학관을 개관한다. 이날 이곳에서 제25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열고 올해를 ‘해양과학 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국립해양과학관은 해양자원·산업·에너지 등 바다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담은 상설 전시장 열 개로 구성한다. 개관일부터 한 달간 독도 특별전과 극지 체험전도 진행한다. 특히 ▶가상현실(VR)과 3면 영상관 등 첨단 전시 장비 ▶수심 6m에서 바닷속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해중 전망대는 많은 국민이 해양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해양강국의 꿈은 멀기만 하다. 우리는 아직도 바다를 감성적으로만 접근하거나 개발의 대상 정도로 여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해양을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읽고, 그 안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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