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유전자변형조직 이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의사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세포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11시간의 복잡한 수술 끝에 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유전자 변형 조직을 외과적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CSD) 의대 의사들에 의해 실시된 사상 초유의 이번 수술은 주로 고령자들을 괴롭히는 진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시험적인 유전자요법 과정이 첫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UCSD 측은 10일 발표문을 통해 이 수술이 지난 5일 샌디에이고 교외 라 홀라에 있는 한 UCSD 부속병원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는 한 60세 여성에게 시술됐다면서 이 환자의 회복상태가 좋아 지난 7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가족들이 익명을 요구한 이 환자는 오리건주 출신의 전직 교사로서 3년 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전문의들은 유전자 요법을 사용, 천연 뇌 소생 분자인 `신경성장인자(NGF:교감신경세포의 정장을 자극하는 단백질)'를 죽어가는 뇌세포에 전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세포 손실을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술을 주도한 UCSD 의사들은 특수하게 설계된 외과 도구들을 사용해 유전자 변형 조직을 환자의 뇌에 이식했다.

신경계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들이 처음으로 인간 유전자 요법을 사용한 것은 UCSD의 신경과 전문의 마크 투친스키 박사가 주관하는 세포 손실 방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환자의 가족들은 UCSD에 의해 공개된 성명에서 "우리는 자녀 4명과 손자 1명이 있다. 만약 알츠하이머병이 유전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는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주된 동기는 장차 이 병을 앓은 환자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알고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투친스키 박사는 "NGF 유전자 요법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어떤 뇌세포를 보호하거나 회복시키고, 수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 일시적인 기억 상실과 같은 일부 증상을 완화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시험을 하고, 그것이 과연 유용한 요법인가를 확인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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