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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유투브 이길 '토종 OTT 연합군'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유튜브에 맞설 토종 대항마가 등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 서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토종 OTT 업체인 웨이브·티빙 등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OTT 업체들은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토종끼리 손잡고 넷플릭스에 대항하자는 정부의 이분법적 사고는 시대 역행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SKT "토종 OTT 연합군 만들자" 목소리

'국내 OTT 간 협업' 발언은 지난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글로벌 OTT 대응을 위한 계획이나 방향성이 있냐"는 한 여당 의원의 질문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공동펀드 조성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함께) 제작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자들과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토종 연합군' 얘기는 업계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 3사 CEO가 '디지털 뉴딜'에 대해 논의한 자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 경쟁력"이라며 "(국내 OTT 업체끼리) 공동 투자하고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한국 OTT포럼이 주체한 세미나에서 공개적으로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바로 이길 수 있다"며 한 발 더 나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틱톡·넷플, 한국서 인기OTT 1~3위

통합론이 이어지는 이유는 토종 OTT와 글로벌 업체 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어서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영상 앱 이용시간(6월 기준)'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시간이 8억6400만 시간으로, 전년 같은 기간(6억8600만 시간) 대비 25.9% 늘어났다. 2위는 틱톡(3300만 시간), 3위는 넷플릭스(2900만 시간)으로 1~3위 모두 해외 OTT 서비스가 차지했다. 국내 OTT 맏형 격인 웨이브는 1400만 시간, 아프리카TV는 1300만 시간으로 각각 4위와 5위였다.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이용 시간 격차는 1500만 시간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격차가 100만 시간에 불과했는데 1년 만에 15배 벌어졌다. 닐슨코리아클릭이 발표한 OTT별 월간 활성사용자수(MAU) 현황에서도 넷플릭스는 5월 기준 736만1197명을 기록해 웨이브(393만9338명)와 티빙(394만7950명)에 각각 크게 앞섰다.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국내 OTT를 통합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웨이브는 지상파, 티빙은 CJ 계열과 JTBC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토종 OTT끼리 콘텐츠 칸막이를 친 채 경쟁하지 말고, 하나의 K-OTT로 묶어 넷플릭스에 공동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OTT는 콘텐츠 경쟁, '토종 대 글로벌' 대결은 시대착오적"  

하지만 정작 웨이브를 제외한 OTT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다음 달 출범을 앞둔 티빙은 "(웨이브 쪽에서) 공식적인 제안 없이, 이야기만 흘러나와 당혹스럽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업계에서는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 입장에선 웨이브와의 협업이 매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빙은 스튜디오드래곤·제이콘텐트리 등 기업별 제작 자회사의 영상 콘텐츠를 원활하게 수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와의 관계도 웨이브와 다르다. CJ ENM과 JTBC가 각각 넷플릭스와 계약하고 콘텐츠 공급과 유통을 진행 중이라 넓게 보면 동맹 관계다. 티빙 입장에서는 국내에서는 KT나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손잡고, 해외에서는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편이 더 낫다는 손익계산이 나온다.

CJ ENM과 JTBC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티빙 기반의 OTT 플랫폼을 새롭게 출시한다. [사진 각 사]

CJ ENM과 JTBC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티빙 기반의 OTT 플랫폼을 새롭게 출시한다. [사진 각 사]

정부가 2022년까지 한국판 넷플릭스를 최소 5개 만들겠다고 해놓고 '토종 OTT 연합군'을 주도하는 게 상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경쟁할 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와 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는 건 상식"이라면서 "웨이브와 티빙을 하나로 묶고 정부가 이곳을 지원하면 넷플릭스가 아닌 중소 OTT 업체 죽이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OTT 경쟁 판도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됐는데, 국내에서 지상파와 종편 콘텐츠를 묶는 데만 골몰하는 것도 잘못된 전략이라고 비판도 제기됐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OTT와 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진다"면서 "국내 OTT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하는 전략 등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할 때 '토종 대 해외 OTT'와 같은 이분법적 대결 구도를 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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