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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위스키의 변신…'아재'의 술에서 혼술족 칵테일로

중앙일보

입력

디아지오코리아는 혼술족을 겨냥해 스카치 위스키 조니워커 소용량 제품인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mL와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200mL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는 혼술족을 겨냥해 스카치 위스키 조니워커 소용량 제품인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mL와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200mL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매년 출장으로 두세번씩 해외를 오갔던 회사원 박 모 씨(36)는 최근 집에 '모셔둔' 위스키가 동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 면세점은 구경도 못 한 데다 집에서 한두잔씩 홀짝이다 보니 바닥이 난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대형마트를 찾은 그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양주 가격에 놀랐다. 이마트에서 700mL짜리 시바스 리갈 12년산과 잭다니엘을 각각 4만5800원, 4만7800원에 구매한 그는 “면세점이었다면 18년산 같은 더 좋은 위스키를 샀겠지만, 솔직히 맛 차이도 잘 모르겠고, 퇴근 후 한잔씩 즐기기엔 5만원 이하 위스키도 충분하다”며 “잭다니엘에는 콜라를 섞어 ‘잭 콕’을 만들어 마실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국내 양주 시장이 침체했지만, 주류·유통업계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집에서 마시는 양주 수요를 겨냥한 순한 맛의 저도주와 칵테일 전용 상품, 마트·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접근성 등 세 가지 전략으로 혼술족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양주 시장은 접대·회식용이 아니라 위스키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소비자 위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한 맛의 위스키 저도주 열풍

연도별 위스키 수입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도별 위스키 수입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15일 32.5도짜리 저도주 위스키 더블유19(W19)와 더블유허니(W허니) 2종을 내놨다. 세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팔지 않는, 한국 시장 전용 제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기존 40도 정통 스카치 위스키 윈저 4종과 35도 저도주 더블유 아이스, 시그니처12·17에 저도주 신제품 2종을 추가해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번 신제품은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3040 세대 소비자를 겨냥했다. 국내에서는 토종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가 2009년 처음으로 36.5도 저도주 위스키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 주류 회사들은 그간 이를 외면해왔다.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저도주는 유럽연합(EU) 법규상 위스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금까지 낮은 도수의 위스키 생산을 금기시해온 해외 주류 업체마저도 최근 달라진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춰 '콧대'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토닉워터 판매량 33% 늘었다 

홈술족의 칵테일 수요와 함꼐 토닉워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홈술족의 칵테일 수요와 함꼐 토닉워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위스키를 원액 그대로 마시기보다 탄산수와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혼술족이 늘면서 토닉워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토닉워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이 회사 전체 매출 증가 폭(15%)을 뛰어넘는 수치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아저씨의 술로 여겨지던 양주가 집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칵테일 베이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닉 워터 시장을 밝게 본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7일 토닉워터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무설탕·대용량·고탄산 전략으로 토닉워터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음료와 차별화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당분은 뺀 토닉워터 제로 제품은 위스키나 보드카 같은 독주에 곁들이면 풍미가 좋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 마트·편의점서 사는 혼술족 급증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 최초 32.5도의 저도주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도수는 더욱 낮추고 연산과 블렌딩, 풍미 등 위스키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극대화한 제품이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 최초 32.5도의 저도주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도수는 더욱 낮추고 연산과 블렌딩, 풍미 등 위스키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극대화한 제품이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양주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주당들 사이에서 이제 '양주는 면세점이 아니라 대형마트 할인 행사 때 서너병 쟁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3월부터 지난 27일까지 이마트 양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 기간 위스키 매출(35%)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위스키와 리큐르(진·럼·보드카) 성장률은 각각 30%와 46%를 기록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CU의 지난달 양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1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 매출은 47%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편의점에서 팔리는 주종이 맥주·소주 정도에 그쳤는데, 최근 편의점이 취급하는 보드카·위스키 가격이 낮아지면서, 색다른 주류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프리미엄 양주 취급 점포 3배 확대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3일 '조니워커' 200주년을 기념해 '랜선 조니파티'를 진행했다. 한국 월드 클래스 1회 대회 우승자이자 '르 챔버'의 오너 바텐더인 임재진(오른쪽) 대표와 '소코 바'의 오너 바텐더인 손석호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3일 '조니워커' 200주년을 기념해 '랜선 조니파티'를 진행했다. 한국 월드 클래스 1회 대회 우승자이자 '르 챔버'의 오너 바텐더인 임재진(오른쪽) 대표와 '소코 바'의 오너 바텐더인 손석호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유통 업계는 마트와 편의점에서 양주를 사는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마트는 위스키 상품 가짓수를 10%가량 늘렸다. ‘버팔로 트레이스 버번’, ‘발베니 12년산’ ,‘카발란 200mL’ 등을 새로 선보이며 양주 종류를 늘렸다. 프리미엄 양주에도 힘을 실어 취급 점포를 지난 두 달간 20여 개에서 70여 개로 대폭 확대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글렌리벳 21년, 25년산 등 고가 싱글몰트 위스키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20병 한정 판매한 데 이어 다음 달 12일까지 위스키를 살 경우 10~20% L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있다.

CU는 럼과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파우치 모히또와 파우치 코스모폴리탄 칵테일을 27일 출시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음주를 취미로 즐기는 소비자는 다양한 맛을 찾기 때문에, 집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고객을 위한 상품들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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