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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의 기전

중앙일보

입력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을 전후로 한 1990년대 우리의 정신보건 현장의 변화는 근대화 이후 가장 빠른 속도와 광범위한 정신보건 서비스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정신보건 서비스가 개발되고 실행되었으며 지역사회 내에 정신보건 서비스 전달체계가 생기고 정신보건 전문인력도 정신보건 전문요원으로 체계화되어 훈련, 배출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장 더딘 변화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낙인이라 할 것이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낙인은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라는 특성에 대하여 고정관념이나 편견적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정신보건 현장은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노력해왔으나 체계적인 극복의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낙인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의 형성과정을 고찰을 위해 주요 정보제공자(key informant)로서 정신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족 6명과 일반인 정보제공자(informant) 10명에게 질적 연구의 하나인 정보제공자 면담조사(Informant Interview Study)를 실시하였다(조은영 2000). 면담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얻어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낙인의 형성과정은 Bandura(1977)의 관찰 학습(observational learning) 과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낙인이 생기고 그에 따라 차별행동을 취하는 것은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관찰 학습하거나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한 경험 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행동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관찰 학습을 통해 형성된 낙인은 반복되는 관찰 학습 과정을 순환하면서 새로운 사상이나 여건으로 인해 자기 조정(self regulation) 과정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낙인을 줄이는 전략 역시 관찰 학습을 통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즉, 긍정적인 사상과 모델을 제공하여 기존에 보유된 정보와 행동에 대해 자기 조정 과정이 일어나도록 하고, 이를 위해 모델링하는 부모나 주위 사람 그리고 대중 매체에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인식과 태도 및 행동에 있어서 변화가 이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낙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주의 집중하는 사상의 내용인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의 차이 - 증상이나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일반인과의 차이 - 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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