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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동의땐 바로 행동" 명예훼손 사례 모으는 친박원순 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자명예훼손' 사례를 수집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은 유족의 의사가 있어야 죄를 물을 수 있는 친고죄지만 지지자가 박 전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아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서다.

"사자명예훼손 사례 모아 놓자" 

26일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김재련과 여성단체 등의 보도자료 배포 등도 사자명예훼손으로 처리해달라" "고생 많으시다. 응원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반면 "사실 적시만으로도 할 얘기 많다" "자살하면 미화되는 분위기가 싫다"는 비판도 있다. 박 전 시장 장례식 당시 시민사회 측 장례위원이라고 소개한 고모씨는 최근 "7월 9일부터 (온라인 상에서)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혹은 유족에 대한 심한 조롱 등의 내용을 아카이브 링크나 PDF파일로 공유해달라"고 적었다. 그는 "유족들의 뚜렷한 의사는 없으셨지만 사례에 해당하는 모든 게시물을 모아두었다가 유족분들의 마음이 괜찮아지셨을 때 하루빨리 움직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친여 단체, 사자명예훼손 이미 고발도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자명예훼손건으로 고발한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자명예훼손건으로 고발한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 역시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방송했다'며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을 사자명예훼손건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가세연 운영진은 박 전 시장을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와룡공원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터트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 대표는 지난 21일 경찰에 고발인으로 출석해 유족의 동의를 구했냐는 질문에 "지인들을 통해서 오래 전에 처벌의사 확인서를 요청했지만 유가족들이 큰 충격에서 힘들어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 대표가 유족들의 위임 없이 고발을 했기 때문에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고발인이 유족 측의 위임 의사를 확인하거나 유족들이 별개로 고소장을 내면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도 '사자명예훼손'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난 14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엄중한 처리가 이루어지길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거짓 소문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사자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처도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에 따른 엄중한 처리를 통해 더이상 사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에는 27일 오전 기준 5만2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명예훼손 입증 위해선 성추행 의혹 파헤쳐야"

이에 앞서 박 전 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박 전 시장이 가해자라고 하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할 문제"고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사자명예훼손을 주장했으니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성추행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또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죽음을 이유로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아예 부인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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