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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검언유착' 오보 내용 "檢 현직간부가 제보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KBS가 지난 18일 “(두 사람 간에)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오보를 시인한 것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핵심은 KBS에 관련 정보를 준 제보자가 누구냐다.

이것이 현직 검찰 간부라면 ‘제2의 검언유착’ 사건이 되는 셈이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은 지난주 개최된 수사심의위원회에선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이 다수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엔 KBS 기자와 제보자가 대화한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녹취록은 제보자와 KBS 기자 간 네 차례 대화로 짤막하게 구성돼 있다. 주로 제보자가 설명을 하면 KBS 기자가 추가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제보자는 “3말 4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어. 한동훈하고 이 전 기자가 왜 조율하겠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잖아”라며 “이번 총선에서 어찌 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자기네들이 그럴 수 있다’ 요 구도를 짜고 간 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개된 녹취록 KBS 내부 보도 정보시스템 기록 중 일부” 

‘제3의 인물’발언 논란된 채널A 사건 관련 KBS 보도 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3의 인물’발언 논란된 채널A 사건 관련 KBS 보도 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6일 사내 일부 직원으로 구성된 ‘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이하 KBS인 연대)는 해당 녹취록이 KBS 내부 보도 정보 시스템에 있는 내용과 동일하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기사 작성 단계에서 해당 녹취록을 복사해 붙여 놓고 작업한 기록이 있다”며 “다만 공개된 녹취록은 전체 중 일부고, 사내 법규상 직원들이 이를 외부에 공개하면 징계 사유가 돼 더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녹취록엔 KBS 기자가 “공직선거법 위반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인가”라고 묻자 제보자가 “거기까지는 가기가 쉽지 않다. 공모해서 짠 거는 맞다고 볼 수 있는 거고”라고 답한 내용이 나온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제보자가 현직 검찰 간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가 맞는다면 제보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지휘 라인에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를 지휘하는 인물일 경우 피의 사실 공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개된 녹취록은 수사팀 내부 정보를 자세하게 알 수 없으면 얘기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어휘나 말투로 봐서는 지휘 라인에 없는 레드팀(수사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으로 활동했던 현직 간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자사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KBS 노동조합]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자사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KBS 노동조합]

앞서 KBS 뉴스9는 지난 18일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라는 제목으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에서 두 사람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이튿날인 19일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반론 보도 후 해당 기사의 홈페이지 게재와 동영상 다시 보기를 중단했다. KBS 보도본부도 23일 입장문을 내고 “이른바 ‘청부 보도 의혹’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KBS인 연대 측은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와 29일 열리는 정기 KBS 이사회에서 해당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제3의 인물’이 수사 개입을 시도했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는데, 검찰은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부장 김남순)로 지난 25일 배당했다. 검찰 수사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제보자가 실제로 현직 검찰 간부로 확인되면 상당한 파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상‧이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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